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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불꽃축제 명당 120만원"…도넘은 '바가지 자릿값' 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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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부산불꽃축제를 앞두고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호안도로 주변에 카페와 식당의 자리 예약을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내걸려 행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중앙포토

지난해 12월 부산불꽃축제를 앞두고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호안도로 주변에 카페와 식당의 자리 예약을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내걸려 행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중앙포토

부산불꽃축제를 앞두고 ‘바가지 자릿값’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축제 장소인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한 식당이 단체석 이용요금으로 최고 120만원을 책정해 예약을 받고 있단 사실이 상인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지자체가 단속을 통해 바가지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가격 책정은 사업자 재량 문제”라는 주장이 맞선다.

“5인석 할인가 120만원, 환불 불가”  

24일 광안리해수욕장에 있는 A식당 홈페이지에선 ‘2023년 부산불꽃축제(11월 4일) 좌석 사전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오션뷰맛집’으로 유명한 가게다. 예약 페이지를 열면 ‘부산 불꽃축제 최고의 명당’이라는 소개말과 함께 3층 테라스는 테이블당 75만~85만원, 천장이 없는 4층 루프톱은 테이블당 100만~120만원의 가격이 책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축제 당일 테이블 이용 시간은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이다.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있는 A식당 측 예약 안내. 사진 A식당 예약 페이지 캡쳐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있는 A식당 측 예약 안내. 사진 A식당 예약 페이지 캡쳐

A식당 측에 따르면 예약 비용은 ‘자릿값’ 개념이다. 테이블당 앉을 수 있는 인원이 5~8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자릿값은 15만~20만원 수준이다. 최고 25%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이라고 한다. 예약 입금하면 환불은 불가능하다. 축제 당일 방문하는 고객은 자릿값 이외에 별도로 일정한 액수 이상의 음식을 주문해야 한다고 식당 측은 안내했다. 예약 페이지에 표시된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들 경우 A식당이 축제 당일 저녁 자릿값으로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5750만원이다.

‘바가지 논란’ 의식 상인회는 노심초사

A식당을 둘러싼 논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수영구 소상공인연합회는 속을 끓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2월 설립된 연합회엔 수영구 전역의 식당, 카페 등 가게 400여곳이 가입돼있다. 연합회는 올해 들어 전국 지자체 축제 때마다 바가지요금 문제를 근절하라는 시민 요구가 거셌다는 점을 의식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려 형형색색 불꽃이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17일 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려 형형색색 불꽃이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중앙포토

연합회 관계자는 “해마다 반복되는 부산불꽃축제 바가지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을 만나 적정한 수준의 자릿값 책정 등 자정 노력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식당 측과 요금 문제를 논의했지만 ‘가격은 사업자가 결정하는 문제다. 축제 공식 유료좌석 가격(R석 1인당 10만원, S석 1인당 7만원)과 비교하면 과도한 가격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 가격이 ‘기준’으로 작용해 인근 식당ㆍ카페 역시 자릿값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A식당 측과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탕 바가지’ 근절대책 없나

2030 월드엑스포(세계박람회) 후보 도시인 부산을 둘러보기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지난 4월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엑스포 유치 기원을 위해 부산시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번외’ 불꽃축제를 결정하자 인근 호텔 등 투숙 가격이 평소의 2~3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미지 실추가 우려되자 부산시는 집중 단속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BTS 콘서트를 앞두고도 숙박비가 들끓자 부산시는 ‘영업정지’라는 강수를 내걸고 신고센터 운영, 현장점검 등 조치를 마련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과도한 바가지 문제를 예방하는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5일 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BTS in BUSAN). BTS 콘서트를 앞두고 시내 숙박업소 바가지 요금이 들끓자 부산시는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뉴스1

지난해 10월 15일 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BTS in BUSAN). BTS 콘서트를 앞두고 시내 숙박업소 바가지 요금이 들끓자 부산시는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뉴스1

2005년 시작된 부산불꽃축제는 매년 가을 개최돼 100만명 이상의 인파를 불러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재개된 지난해 축제는 12월 한파 속 진행됐는데도 123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축제관광축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공식 유료좌석(R석 1000석, S석 5000석)의 온라인 예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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