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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찾고, 마트는 밤 8시에 간다…고물가 속 뜨는 '짠테크' 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한 달 전부터 못난이 농산물 정기구독 업체인 ‘어글리어스마켓’에서 매주 채소를 받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품질에 문제가 없지만 흠이 있거나 크기와 모양이 고르지 않아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말한다. 이씨는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못난이 농산물 구매를) 신청했다”며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24일 유통 업계 등에 따르면 식료품비·외식비·기름값 등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생활비를 아끼려는 ‘짠테크(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가 뜨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짠테크족을 노린 특가 상품이 인기를 끈다. 차주들은 주유비를 아낄 수 있는 팁을 공유하고 있다.

부산 롯데마트 화명점 채소 매대에 흠이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지만 품질에 문제가 없는 '상생 파프리카'가 진열돼 있다. 사진 롯데마트

부산 롯데마트 화명점 채소 매대에 흠이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지만 품질에 문제가 없는 '상생 파프리카'가 진열돼 있다. 사진 롯데마트

못난이 당근 매출 전년 대비 74% 급등

못난이 농산물을 일반 농산물보다 20~30% 저렴하게 파는 앱 ‘못난이마켓’은 올 1월 론칭 이후 월 매출이 8배로 늘었다(9월 매출 전망치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6만 명을 넘어섰다. 김영민 못난이마켓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관심에 고물가 현상이 더해져 급성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사과가 가장 인기”라고 말했다. 시중에서 5㎏에 3만5000~4만원 정도인 사과를 이 앱에서는 2만800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 ‘상생 채소·과일(못난이 농산물)’의 지난 1~21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김동훈 롯데마트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 지속해서 못난이 농산물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일반 상품보다 20~30% 싸게 내놓은 맛난이(못난이) 당근과 고구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4%, 71% 늘었다.

편의점 CU가 지난 5월 론칭한 못난이 채소 ‘싱싱상생’은 3개월 만에 10t 이상 판매했다. 최근에는 일반 상품 대비 30~40% 저렴한 싱싱상생 샤인머스캣을 출시했다. 쿠팡은 우박 피해를 본 사과 농가에서 흠이 난 사과 60t을 사들여 24일까지 13% 할인해 판매한다.

1500원 맥주는 사흘 만에 3만 병  

지난 17일 소비자가 서울 명동의 한 식당 앞에서 메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소비자가 서울 명동의 한 식당 앞에서 메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가 상품도 인기다. CU가 5월 내놓은 1000원짜리 ‘서민 막걸리’는 현재까지 45만 병, 지난 19일 출시한 1500원짜리 ‘서민 맥주’는 3일 만에 3만 병이 판매됐다. 지난 8일 990원 커피를 선보인 파리바게뜨는 2주 동안 평시와 비교해 100% 많은 200만 잔 이상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외식비가 오르면서 배달 음식을 줄이는 풍조도 나타났다. 맞벌이하는 박모(39)씨 부부는 최근 주말에 음식 배달과 외식을 안 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박씨는 “몇 달 동안 생활비가 예산을 초과했는데 외식비 영향이 컸다”며 “주말에 국이나 카레를 끓여 이틀 동안 먹고, 마트는 ‘떨이’ 제품이 나오는 오후 8시 이후 이용한다”고 말했다.

“배달 끊고 주말에 카레 끓여”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외식업 매출에서 배달 서비스(배달+포장) 매출 비중이 9.96%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3%)보다 1.47%포인트 줄었다. 한식·고기·일식 등의 배달 매출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버거 배달 매출은 전년 대비 88.3% 늘었다.

점심값이 오르는 ‘런치플레이션’으로 가격이 싼 구내식당도 북적인다. 한 공공기관 영양사는 “붐비는 것은 물론이고 한 명이 담는 밥과 반찬 양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카오톡은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을 위해 학생 인증 서비스인 ‘톡학생증’에 가입하면 학생식당에서 계산할 때마다 500원을 할인해주는 등의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온라인 글에 “밥값 할인되는 톡사원증은 없느냐”는 직장인들의 푸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기름값 상승 역시 짠테크 심리를 유발한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9월 2주차까지 10주 연속 오르는 등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차주들은 정속주행으로 연비 높이기, 유가 정보 앱으로 기름값 비교, 기름이 바닥나기 전 주유하기, 기름 부피가 작은 아침·저녁에 주유하기 등의 팁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주유 매출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 BC카드는 지난달 주유 매출이 전월 대비 10.4% 증가했다며 “주유소 방문 시 한 번에 많이 주유하려는 고객 심리가 반영돼 매출이 단기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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