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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등껍질 꺼멓게 변한 한강 참게…어부도 "이런 일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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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한강하구 수중 생태계에 이상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봄에는 실뱀장어 천적인 괴생물체 끈벌레가 기승이더니 최근엔 병든 참게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22일 행주어촌계 등에 따르면 행주대교 일대 한강에서는 지난 1일부터 병든 참게가 지속해서 그물에 잡혀 올라오고 있다. 서해에서 산란을 위해 9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한강하구로 회귀하는 참게는 한강의 가을철 대표 수산물이다.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하구에서 잡힌 병든 참게.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하구에서 잡힌 병든 참게. 사진 행주어촌계

어부 임정욱(68·전 행주어촌계장)씨는 “이달 들어 참게 조업을 시작하자마자, 50마리를 잡으면 1∼2마리가 등껍질은 꺼멓게, 내장은 뿌연 색깔로 변하고 짓물러져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병들어 흐느적거린 채 통발에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참게는 도매상이 수매해 가지도 않아 그냥 버리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가끔 발견되는 정도였지만 올해 가을 들어서는 그 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34년째 한강하구서 참게 잡지만, 이런 일 처음”  

 임씨는 “한강하구에서는 34년째 조업 중이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행주대교 일대 한강의 오염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행주어촌계 어부들은 “먹이가 들어있는 통발 속까지 들어가 잡히는 병든 참게는 그나마 상태가 나은 편이고 병들어 내장이 뭉그러져 움직이기도 어려워 통발에도 못 들어가고 강바닥에서 죽는 참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하구에서 잡힌 싱싱한 참게.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하구에서 잡힌 싱싱한 참게. 사진 행주어촌계

행주어촌계는 이와 관련, 행주대교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하수·분뇨처리장 2곳에서 한강으로 배출하는 방류수의 영향 여부를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부들은 이 같은 이상 현상이 하수·분뇨처리장 2곳에서 내려온 방류수 물길이 신곡수중보로 인해 정체되는 행주대교에서 김포대교(신곡수중보) 사이 2.5㎞ 구간에서 집중되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어부들은 인근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행주대교 인근 괴생물체 끈벌레·기형 물고기도 출현  

 해당 구간 한강에서는 이전부터 생태계 이상 현상이 이어져 오고 있다. 신종 괴생물체인 끈벌레의 집단 출현이 대표적이다. 2013년부터 매년 봄이면 끈벌레가 기승을 부린다.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퇴치 대책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어부들에 따르면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인해 실뱀장어 95%가량은 폐사한 상태로 올라와 어부 40여명 중 상당수가 연중 최대 황금 조업기인 실뱀장어 철에 일손을 놓다시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 4월 8일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그물에 걸려 올라온 끈벌레.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 4월 8일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그물에 걸려 올라온 끈벌레. 사진 행주어촌계

이 지역에선 굽은 물고기도 지속해 출현하고 있다. 심화식(68·행주어촌계 어부) 행주어촌계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8년 전부터 행주대교 일대 한강의 수심이 깊은 곳에서 붕어·잉어·숭어 등 큰 물고기 10마리를 잡으면 등이 굽었거나 아가미가 없거나, 눈이 튀어나오는 등의 기형 물고기가 1마리가량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구간 한강의 오염 외에는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며 “어족자원 고갈을 막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 성분 분석 등을 포함한 정확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하구에서 잡힌 등 굽은 물고기. 사진 행주어촌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하구에서 잡힌 등 굽은 물고기. 사진 행주어촌계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깨끗”  

이에 서울시는 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로 인해 끈벌레와 등 굽은 물고기, 병든 참게 등이 출현했다는 어민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고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하수처리장에서 방류 중인 하수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농도 10ppm 이하로 매우 깨끗하게 정화된 상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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