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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힘 없이 정진할 것"…이재명, 사퇴론 일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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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호 01면

2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병실로 찾아온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한정애·강선우 의원(왼쪽부터)등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2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병실로 찾아온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한정애·강선우 의원(왼쪽부터)등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대표를 옹호하는 친명계는 22일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에 집중포화를 퍼부은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의 2선 퇴진과 혁신형 비대위 필요성을 주장하며 강하게 충돌했다. 그런 가운데 이 대표는 병실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후 첫 입장 표명을 통해 사실상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의 향배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 발표한 600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검사 독재 정권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모아달라”며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울 정치 집단은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이 무너지면 검찰 독재의 폭압은 더 거세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오는 2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가 지지층 결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 21시간 만에 처음 낸 메시지였지만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확인된 당내 이탈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 대표는 “강물은 똑바로 가지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되면서도 늘 전진했다”며 우회적으로 자신의 소회를 나타냈다. 동시에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며 당무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 또한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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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 주인이 되어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달라.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며 지지층의 당원 가입도 독려했다. 그러면서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당 차원의 단결을 호소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비명계의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앞서 비명계 의원들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책임질 사람은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 지도부”(이원욱 의원)라거나 “지도부가 사퇴한 뒤 통합적인 혁신형 비대위로 가자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 의원들이 협의체라도 만들어 총의를 모아 나가야 한다”(김종민 의원)며 ‘지도 체제 개편’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비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 입장문을 요약하면 ‘어지간해서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가운데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가결 폭거” 등 거친 표현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이틀째 맹비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압도적 지지로 뽑힌 이 대표를 부정하고 악의 소굴로 밀어 넣은 비열한 배신행위가 벌어졌다”며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다. 전 당원의 뜻을 모아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찬대 최고위원은 “모든 행위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경고했고, 서은숙 최고위원은 “30명의 소수가 윤석열 검사 독재와 정치적으로 손을 잡았다”며 “해당 행위를 하고도 큰소리를 친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후임 원내대표 누가 될지 촉각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격한 대립은 오는 26일 중대 분기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데다 오후 2시엔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박광온 원내대표의 후임을 뽑는 선거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날 새로 선출되는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당대표직까지 대행하게 된다.

당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가결로 당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친명계와비명계 중 어느 쪽이 원내대표를 차지할지 보면 침묵하는 의원 다수가 뭘 바라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재선 의원도 “결국 현 사태의 수습책을 표 대결로 정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 구속 여부는 야당 내부 상황을 넘어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정국의 향배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민주당은 당대표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당헌상 이 대표 직무가 정지되진 않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면 새 지도 체제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비난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 대표가 당 내홍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건이다. 현 상황에선 당 지도부가 가결파를 ‘해당 행위자’로 규정한 만큼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가 이들에 대한 징계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적잖다.

그런 가운데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나흘째 입원 중인 이 대표는 이날 당내 인사들의 병문안을 받기 시작했다. 우원식·김영진 등 친명계 의원 16명은 이날 오전 녹색병원을 찾아 23일째를 맞은 이 대표의 단식을 강하게 만류했다. 우 의원은 면담 후 “(이 대표가) 저희의 뜻을 알았다는 정도로만 응답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이날 저녁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 중단을 거듭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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