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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블리자드와 90조 '세기의 빅딜' 코앞…게임 빅3 올라서나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세기의 빅 딜’로 불린, 90조원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액티비전)의 합병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기존에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했던 영국의 감독 당국이 “기존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발표하면서다. 유럽연합(EU), 미국에 이어 영국까지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하면, 세계 3대 게임사를 노리는 MS의 야심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다.

무슨 일이야

영국 시장경쟁국(CMA)은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액티비전이 클라우드 게임의 권리를 유비소프트에 판매하기로 하면서, MS와 액티비전 합병을 둘러싼 기존 우려의 상당 부분이 해소됐고, 거래가 성사될 길이 열렸다”며 “최종 결정 전 구제책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CMA는 다음 달 6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 검토할 계획이다.

CMA가 지난 4월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린 지 약 5개월 만에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해 1월 MS와 액티비전은 687억 달러(약 91조7800억원)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 계약을 맺었지만, CMA는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영국 게임 이용자의 선택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하며 인수를 승인해달라는 MS의 신청을 거절했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을 콘솔 기기나 PC 등에 내려받지 않고, 인터넷 스트리밍 형태로 즐기는 서비스다.

MS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CMA에 액티비전 인수 계획서를 수정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MS가 영국을 비롯해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액티비전의 클라우드 게임 권리를 포기하고, 이를 경쟁사인 프랑스 유비소프트에 매각하겠다는 게 수정안의 골자다. 또 향후 15년간 출시할 게임의 스트리밍 권리도 매각하기로 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 겸 총괄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CMA의 검토 과정에서 긍정적인 발전이 이뤄진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며 “우리(MS)가 CMA에 제시한 해법이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시장을 둘러싼 CMA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믿고, 인수 합병 기한인 10월 18일까지 인수 승인 결과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을 움직인 건?

CMA 측은 MS가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권리를 경쟁사에 판매하기로 하는 등 기존의 인수 계획 방향을 수정하면서 독점 우려가 줄었다고 판단했다. CMA는 양사가 합병한 뒤 MS가 액티비전의 인기 IP(지식재산)인 ‘콜 오브 듀티’ 등을 자사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에서만 서비스해 관련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이날 사라 카델 CMA 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MS가 (CMA의) 기존 불허 결정에 따라 인수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했고, 기존에 제기된 우려에 맞는 필요한 절차들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 중 하나인 콜 오브 듀티 이미지. 사진 액티비전 블리자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 중 하나인 콜 오브 듀티 이미지. 사진 액티비전 블리자드

MS의 수정안대로라면, MS는 앞으로 영국에서 ‘콜 오브 듀티’ 등 액티비전이 보유한 인기 IP를 라우드 게임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려면 유비소프트에 비용을 내고 사용 계약을 맺어야 한다.

왜 중요해

MS는 자사의 주요 IP의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권리를 경쟁사에 넘겨주고서라도, 영국 감독 당국의 마음을 돌려 합병 승인을 받아내야 했다. 지난 1월 발표 이후, 영국을 제외한 전 세계 41개국(지난달 말 기준) 감독 당국이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합병을 승인했고, 미국에서도 지난 7월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MS의 게임 시장 독점을 우려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연방 법원에 두 회사의 합병을 중단하게 해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MS가 승소한 것, 이런 상황에서 영국은 액티비전 합병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나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게임 왕국’을 꿈꾸는 MS의 행보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MS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 스튜디오(Mojang·인수가 25억 달러)’ 인수에 이어, 2020년엔 ‘제니맥스(베데스다·인수가 75억 달러)’ 등을 손에 넣으며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번 액티비전 합병으로 MS는 중국 텐센트와 일본 소니 이은, 매출 기준 세계 3대 게임사에 올라설 전망이다. 게임 시장조사 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MS와 액티비전은 각각 4위와 7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