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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붕괴에…전공의 월100만원 수당, 심야진료 땐 2배 보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6세 미만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추가로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야간에 소아를 보는 병원과 약국에 대한 보상도 2배로 올린다.

2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소아의료체계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는데 역부족이란 현장 비판이 나오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소아과 의료 관련 각종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긴 게 이번 보완책의 특징이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대책 이행을 위해 내년에 국고, 건강보험 재정 등 약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우선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아 의료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아 의료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중증·응급 소아진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12개소의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에 대한 예산을 51억원(올해 10억원→내년 61억원) 늘릴 계획이다. 어린이병원의 만성적인 적자 해결을 위해 도입된 ‘사후보상 시범사업’(중증 소아진료로 발생한 손실을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보상)도 대상 기관을 넓힌다. 중증 소아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2개소(현재 10개소) 추가하고, 운영 예산도 26억원(올해 52억원→내년 78억원) 더 투입한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응급의료관리료를 신설하고,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에서 소아를 진료하는 경우 아동이 1세 미만이면 100%, 1~8세면 50% 추가 가산하는 등 연령에 따른 가산도 적용한다.

소아 입원진료, 야간·휴일 소아진료에 대한 보상도 확대된다. 소아 환자가 어릴수록 진료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현재 8세 미만 환자에 대해 30% 가산하고 있는 연령 가산을 1세 미만 환자에 대해선 50% 가산하도록 확대한다. 병·의원급 신생아실, 모자동실 입원료도 50% 인상한다.

심야시간(오후 8시~다음날 오전 7시)에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병·의원급에 대한 진찰료와 약국에 대한 보상을 2배 인상한다. 야간·휴일 소아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야간진료관리료도 기존 대비 1.2~2배 수준으로 올린다. 동네 병·의원급 소아과도 유지될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세 미만 소아환자를 진료할 경우에 대한 정책가산을 새로 도입하고, 영유아 검진 수가와 국가예방접종 시행비도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환자들의 비용 부담은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가령 심야 진료를 받을 경우 기존 대비 700~3000원(연령대별로 상이) 정도 부담이 늘고,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부담은 기존 480~3430원에서 720~6860원 수준으로 오른다.

정부가 7개월 만에 이런 보완책을 내놓은 건 올해 초 대책 발표 뒤에도 소아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현장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 정원 208명 중 불과 33명만 지원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소청과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박민수 복지부 2차관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소아과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상적인 의료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선 처벌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의료사고특례법’ 도입과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미래 인력 확보 관련해 복지부는 소아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매달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의료계·환자단체·법조계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의료분쟁으로 인한 법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현재 당면해 있는 소아의료 분야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는 못하다”면서도 “앞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후속 지원책이 마련될 것을 기대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 정도 대책으로는 내년에 (소아과 전공의 지원자가) 33명은 고사하고 10명이나 올까 싶다”며 “의료사고특례법 도입에 앞장서야 할 복지부는 책임을 미루고 있고, 소아과 수가도 미국은 27만원, 호주는 29만원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1만5000원이면 여전히 너무 차이가 큰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중증·응급, 야간 진료에 대한 수가 인상 외에, 낮 시간대 일반 병·의원급 소아과에 대한 보상 강화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책적인 가산 형태로 (해결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가산 수준 등이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은 데 대해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건강보험 같은 경우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을 통해서 세부 내용이 확정돼야만 시행할 수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건정심에 올려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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