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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에 자녀 채용, 아빠가 결재했다…檢, 선관위 대대적 압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과천=연합뉴스

검찰이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과천=연합뉴스

검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력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22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이날 오전 경기 과천시에 있는 중앙선관위와 서울·대전·전남·충북 등 5개 선관위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채용 관련 서류와 자료를 확보 중이다.

검찰의 수사는 이달 초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고발장과 수사의뢰서를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권익위는 지난 11일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선관위의 경력 채용으로 임용된 384명 중 15.1%(58명)가 부정 합격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 중 31명을 특혜성 채용, 29명(특혜성 채용 2명 중복)을 합격자 부당 결정 의심 사례로 분류했다. 적발된 353건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선관위 직원과 외부 면접 위원 등 28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특혜·부정 채용 의혹 312건을 수사 의뢰했다.

권익위는 ▶학사학위 취득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부적격자를 합격처리 ▶평정표상 점수 수정 흔적이 있는 평정 결과 조작 의혹이 있는 합격처리 ▶담당 업무가 미기재된 경력증명서를 토대로 근무경력을 인정한 합격처리 ▶선관위 근무경력을 과다 인정한 합격처리 등에 대해 고발 조치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선관위의 채용 비리 사건은 선관위 전·현직 간부의 자녀와 배우자·친인척들이 경력 채용으로 대거 입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선관위는 지난 6월 자체 조사 결과 자녀 채용 13건, 배우자 3건, 형제·자매가 2건, 3·4촌 채용 3건 등 총 21건의 특혜 채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박찬진 전 선관위 사무총장은 사무차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월 딸이 전남도선관위 경력직으로 채용될 때 채용 승인을 직접 결재했으며, 송봉섭 전 선관위 사무차장은 2018년 외부기관 파견 중임에도 인사 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자기 자녀를 직접 소개·추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력 채용 심사 과정에서도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경력 채용에 합격한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의 자녀는 심사 당시 면접관이 모두 김 전 사무총장과 같은 지역에서 일 했던 동료였다. 인천시 선관위에서 근무한 간부의 자녀 A씨는 2011년 경력 채용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선거 관련 공직에 계셔서 선관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선거가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말고 다양하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부친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만 당시 인사 담당자들이 경력 채용 지원자가 누구의 자녀인지 알고 있었던 사례가 3건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선관위의 비협조로 채용 합격자와 채용 관련자 사이의 가족 관계와 이해관계 여부 등을 점검하지 못했다. 검찰은 특혜·부정 채용 과정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 임원들이 알음알음 자녀들을 계열사에 취직시키면서 서로 품앗이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특혜 채용이 공직사회에서 수년간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소유지와 관련 사건 수사로 여력이 없는 반부패수사부 대신 지난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수사한 공공수사1부에 사건을 배당하며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 수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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