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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캠코에 떠맡겼다" 국세청 10년 손 놓은 체납액 21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악성 체납자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 10년간 걷지 못한 세금이 2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59조원 부족해 역대 최대의 세수(稅收) 펑크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세청이 악성 체납 징수 업무를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 귀금속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 귀금속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21일 캠코로부터 받은 ‘국세 체납액 위탁 징수 현황’에 따르면, 캠코는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위탁 금액 21조4802억원 중 3323억원만 징수해 징수율이 1.55%에 그쳤다.

저조한 징수율은 기형적인 악성 체납 징수 업무 구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국세청이 자신들이 걷지 못한 세금을 징수 권한도 없는 캠코에 떠넘기는 게 애초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국세징수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세청은 ‘체납자별 체납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관할 세무서장이 징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4조) 캠코에 위탁할 수 있다. 위탁 후엔 국세청은 ‘캠코에 위탁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8조)할 수 있는데, 캠코는 징수에 성공할 경우 징수 금액의 최대 10%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그런데 캠코는 재산 압류 등 강제 징수 권한이 있는 국세청과 달리 체납자에게 안내문 발송, 전화 상담을 통한 체납액 납부 촉구 등의 업무밖에 수행할 수 없다. 캠코의 징수 담당 인력도 올해 6월 기준 56명에 불과했다. 비유하자면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해당 사건을 수사 권한도 없는 주민센터에 넘기는 구조가 법적으로 10년간 유지돼온 셈이다.

캠코 소개. 사진 캠코 홈페이지 캡처

캠코 소개. 사진 캠코 홈페이지 캡처

그나마 1%대라도 징수율을 기록한 건 납부 기한 만료로 캠코의 위탁 업무가 해지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상 국세 부과 기간(5년)을 넘은 체납은 불납결손, 즉 징수를 포기하고 국고 손실로 처리된다. 국세청이 넘긴 21조4802억원 체납액 중 납부 기간 만료로 위탁 업무가 해지된 체납액이 15조2743억원이다. 징수 포기로 모수(母數)가 작아지면서 징수율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연간 집계로만 따져보면 ▶2013년 0.18% ▶2014년 0.54% … ▶2022년 0.76% ▶2023년(6월 기준) 0.38% 등 매년 빠짐없이 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징수가 가능한 쪽에 집중하기 위해 행정력을 분산하는 것”이라며 “부실 채권 정리,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캠코가 악성 체납의 징수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해보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 징수는 어떤 공적 사무보다 국가 시스템이 중요한 업무”라며 “이를 다른 기관에 위탁하는 것 자체가 세정(稅政) 문란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외부 기관에 수수료를 주며 위탁하는 것보단, 국세청의 징수 기능을 강화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양기대 의원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양기대 의원실

양기대 의원은 “세금 징수는 국세청 본연의 임무인데, 어렵다고 캠코에 떠맡기고 나 몰라라해서는 안 된다”며 “책임감을 갖고 악성 체납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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