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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응답자 59.6% “차례 안 지내”61% 이상은 “추석 모임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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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이후 달라진 추석 문화 ‘지글지글클럽’과 함께 설문조사 해보니

엔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秋夕). 코로나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달라진 명절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중앙일보 쿠킹팀은 지난 7일부터 5일 동안 식문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지글지글클럽’과 함께 성인 남녀 349명을 대상으로 ‘엔데믹 이후 달라진 추석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비율은 30대(40.4%), 20대(28.1%), 40대(22.6%), 50대(8.6%) 순으로 MZ세대 응답률이 높아 젊은 세대들의 달라진 명절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연휴 활용해 직계가족과 해외여행 늘어

‘민족 대명절’이란 말도 다 옛말. 명절에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거나 홀로 추석을 보낸다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변화는 설문에서도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추석 모임 형태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61.3% 넘는 이들이 ‘축소됐다’고 답했다. 추석을 누구와 보내는지 묻는 질문에는 ‘직계가족(67%)’ ‘친척(18.3%)’ ‘친구 및 지인(8.9%)’ ‘나홀로(5.8%)’ 순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 동안 국내외로 여행을 가겠다고 답한 비율도 22.1%나 되었다. 코로나 기간 방역을 위해 직계가족 위주로 모이던 행태가 엔데믹 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앞으로 명절은 어떻게 변할까를 묻는 질문에도 ‘가족 모임이 점점 축소될 것이다’를 답한 응답자가 61.9%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혼자 보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20.1%)’가 2위를 차지했다. 10명 중 8명 넘게 명절 모임의 형태가 축소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반면 명절 모임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14.3%)되거나 확대(3.2%)될 거라고 답한 사람은 17.5%밖에 되지 않았다.

축소된 가족 모임에 대한 인식도 주목할 만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1%는 가족 모임이 축소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서운하다(17.8%)’라고 응답한 비율의 3배 이상이 많은 수다. 축소된 명절 모임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이유로는(중복응답)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가 1위(54.2%), ‘명절 준비 부담이 줄어서’가 2위(46.6%), ‘이동 시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가 3위(44.1%), ‘친인척을 만나지 않아도 돼서’가 4위(28%)로 나타났다.

주고 싶은 선물 1위는 신선식품

선물에 대한 인식도 조사했다(중복응답). 올 추석 선물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4.2%. 주고 싶은 선물로는 1위가 ‘육류나 과일 등 신선식품(37.5%)’ 2위가 ‘상품권 및 현금(31.7%)’, 3위가 ‘홍삼(31.3%)’, 4위가 ‘건강기능·보조식품(30.8%)’ 순으로 인기가 많았다. 이 중 3·4위를 주목할 만하다. 홍삼과 건강기능·보조식품을 선택한 비율을 합치면 44.2%. 1위인 신선식품보다 높은 수치다. 추석 선물에서도 코로나 19 이후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KGC 인삼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건강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중이다. 그동안 홍삼은 주로 중·장년층을 위한 선물로 많이 소비되었는데,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간편하게 선물을 주고받는 카카오선물하기에서 연평균 6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이에 명절 선물 베스트셀러인 홍삼정은 물론, 얇은 필름제형으로 편의성을 높인 ‘에브리타임 필름’, 뉴질랜드 마누카꿀 1위 브랜드 콤비타와 협업한 ‘홍삼정×마누카꿀 시그니처 에디션’ 등 전 연령층에서 좋아할 만한 제품을 추석 프로모션에 넣었다”고 밝혔다.

반대로 받고 싶은 추석 선물로는 1위가 상품권 및 현금(67.3%), 2위 신선식품(47.6%), 공동 3위로 홍삼과 생활필수품(15.8%)이 차지했다. 건강기능·보조식품(14%), 주류(12%), 디저트(11.2%), 차·커피(8.9%), 가공식품(7.4%)은 그 뒤를 이었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자면, 상품권 및 현금과 신선식품은 전 연령대에서 받고 싶은 추석선물 1, 2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순위에는 세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디저트, 30대는 건강기능·보조식품, 40대와 50대 이상은 홍삼을 3순위로 꼽는 등 연령이 증가할수록 건강과 관련된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석 선물을 고를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가격(54%), 선물세트의 구성(51.3%), 브랜드와 품질(50.4%) 순으로 나타났다.

20·30대 69.7% “차례 지내지 않는다”

차례상에 대한 응답도 흥미로웠다. 응답자의 59.6%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20·30대는 69.7%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차례상을 어떻게 차리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전통방식으로 차린다가 46.8%로 1위를, 그 뒤를 간소하게 차린다가 27%, 약간 변형해서 차린다가 25.5%로 뒤를 이었다. ‘간소하게’와 ‘약간 변형해서’ 차린다는 답을 합하면 전통 방식대로 차리는 비율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명절 음식에 대한 선호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명절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68.5% 이상이 좋아한다고 답했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명절 분위기가 나서(38.1%)’ ‘맛있어서(37.7%)’ ‘평소 먹기 힘든 음식이라(23.4%)’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하게 지내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명절 음식을 통해 명절 기분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명절 음식을 묻는 말에는 ‘갈비찜이나 산적, 불고기 등의 고기류(37.7%)’ 1위, 근소한 차이로 ‘동태전이나 육전 등 전류(36.4%)’가 2위를 차지했다. 이후로는 ‘나물류(6.3%), 과일류(5%), 잡채(4.6%), 다과류(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29% “차례상 준비는 업체·간편식 구매 통해 간소하게” 

차례 음식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 요리한다가 69.5%로 높았다. 하지만 ‘일부만 간편식으로 구매한다’ ‘차례상 업체에서 구매한다’ ‘모두 간편식으로 준비한다’ 등의 답을 합산하면 29.1%나 되었다. 적지 않은 가구가 격식보단, 실속을 선택했다.

간편식이나 업체 구매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선(중복 응답), 응답자의 83.7%가 간편함을 꼽았으나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34.9%), 맛과 질이 보장되어서(20.9%)나 되었다. 코로나 때 경험한 간편식 및 밀키트에 대한 선호도가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요리 컨설팅 그룹 네츄르먼트 이미경 소장은 “과거에는 며느리를 중심으로 간편식이나 업체를 활용해 차례를 지내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간편식, 밀키트에 대한 경험이 늘면서 시어머니가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예전에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차례가 끝난 후에도 매 끼니 식사를 차리거나, 두손 수북하게 명절 음식을 나눠주는 문화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례상에 올린 만큼만 음식을 준비해 차례가 끝난 후 한 끼 정도만 같이 먹는 명절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차례 음식에 대한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문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보였다. 고향 방문을 묻는 질문에 1박 이상 방문하거나 연휴 내내 방문하는 가구는 47.1%인 반면, 방문하지 않거나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가구는 52.4%나 되었다. 또 연휴 기간 식사를 묻는 질문에도 집에서 직접요리한다가 51.9%로 차례 음식을 활용한다. 22.1%보다 높았다.

이소장은 “이상 기후로 농수산물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가족 수가 많은 가구가 아니라면, 신선 밀키트를 활용해 명절상을 차리는 것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며 “명절하면 명절요리노동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는다.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좋지만, 가족 구성원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고 명절 본연의 의미를 살려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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