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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마지막 선고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사회적 신분 해당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월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도로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도로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국토교통부 소속 국도관리원들이 “공무원들이 받는 수당을 못 받는 건 차별”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7대 5 다수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도로 보수나 과적 단속 업무를 하는 국도관리원 513명은 2014년 “함께 일하는 공무원과 달리 정근수당, 상여금 등을 받지 못하는 건 근로기준법상 차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무기계약직 역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7월 서울 잠수교에서 관계자들이 도로 보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잠수교에서 관계자들이 도로 보수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다수의견(김명수 대법원장, 오석준·안철상·천대엽·이동원·서경환·노태악 대법관)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무원을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공무원은 지위나 책임, 근무조건 결정방식 등에 특수성이 있어 이들과 무기계약직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같은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보수는 담당 업무가 아닌 직급·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여기엔 직업공무원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목적도 있는 만큼 업무가 비슷해도 다른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근로조건 열악…사회적 신분 해당한다 봐야”

반면 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로 쉽게 회피할 수 없고 한 번 취득하면 장기간 지속되는 성격을 지닌 점,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 조건과 낮은 사회적 평가가 고착되고 있는 사회 현실 등에 비춰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운전직 공무원과 과적 단속직 공무원은 원고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비교 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며 “특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비교 대상 공무원의 특수성 등 사정도 고려돼야 하나,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와 관련된 요소보다 더 중요하게 참작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영준 대법관 역시 “근로 조건의 틀은 법령과 정책에 따라 형성된 측면이 있고, 근로하는 동안 그 체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권 대법관은 국도관리원과 운전직 등 공무원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건 국도관리원 노조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사이의 단체 협약에 따른 것이기에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공연대노조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연대노조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전국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는 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서울고법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 공기업 등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대구고등법원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계류돼 있다. 국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약 33만7000명에 이른다. 부문별로는 교육기관(13만5000명)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이 제일 많았고, 지방자치단체(7만4000명), 공공기관(6만2000명), 중앙행정기관(5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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