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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화장실 사용료는 90억?…서울교통공사 억대 소송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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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까지 11.4㎞ 구간을 잇는 경전철이다. [연합뉴스]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까지 11.4㎞ 구간을 잇는 경전철이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환승역 화장실과 출입구를 빌려 쓰면 얼마를 내야 할까.
이런 문제를 놓고 서울교통공사(공사)와 우이신설경전철이 소송전을 하고 있다. 공사와 우이신설경전철 등에 따르면 공사는 2021년 10월 우이신설경전철을 대상으로 적정 이용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21일 오후 4시 30분 서울동부지법에서 첫 감정기일이 진행됐다.

우이신설선, 지하철 시설물 사용료 미납 논란

우이신설경전철 노선도와 개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우이신설경전철 노선도와 개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우이동에서 성신여대역(4호선)을 거쳐 동대문구 신설동역(1·2호선)까지 이어지는 11.4㎞ 길이의 서울 1호 경전철이다. 2016년 8월 공정률 89%였던 우이신설선은 공사 도중 자금난을 겪었다.

이에 공사와 우이신설경전철은 ‘환승 통로 설치 및 유지관리 협약’을 체결했다. 공사가 운영하는 3개 전철역(신설동역·성신여대입구역·보문역) 6개 출입구와 2개 화장실을 우이신설설이 사용하고 나중에 합리적 기준에 따라 적정한 이용료를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역사 일부를 사용하면 우이신설선은 공사비를 줄일 수 있고, 서울교통공사는 운영비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후 공사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12회 협의하며 사용료 지급을 요청했다. 서올교통공사의 전철역 출입구(455억원)·화장실(90억원)을 사용한 덕분에 우이신설선이 545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 공사 주장이다.

공사는 “일단 우리 시설을 이용하면서 우이신설경전철이 연평균 18억원 상당 이득을 봤고, 여기에 추가로 유지보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이신설선은 역사 시설물은 경전철 개통과 무관하게 존재했기 때문에, 출입구·화장실 사용료까지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고 한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승강기·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용역비나 화장지·비데·핸드드라이어 등 설비를 사는 데 필요한 비용, 그리고 청소비 정도는 부담할 수 있다”고 했다.

“연 18억+@ 이득” vs “청소비·관리비 부담”

서울교통공사와 갈등하고 있는 우이신설선 열차의 실내 모습. [중앙일보]

서울교통공사와 갈등하고 있는 우이신설선 열차의 실내 모습. [중앙일보]

이에 대해 공사는 역사 운영 방식을 몰라서 그렇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승객이 역사 출입구부터 대합실·승강장을 이용해 열차에 탑승하기까진 수많은 기술 장비·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공유면적과 이용자 수에 비례해 합리적인 시설사용료를 분담하라”고 요구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자 공사는 2021년 8월 우이신설경전철 측에 최고장을 발송하고, 같은 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달 양사에 감정인 지정을 통보했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일단 21일 1차 감정기일에서 어느 정도 감정가가 나오는지 보고 추후 소송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사도 “감정 방식·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등 시설사용료 청구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비용 분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추후 감정평가 금액이 나오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이신설경전철은 우이신설선 건설·관리·운영을 위해 2007년 설립한 포스코그룹 계열사다. 포스코홀딩스가 최대주주인 포스코이앤씨(27.29%)·포스코디엑스(10.9%)가 지분 가운데 38.19%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앞으로 서울에 깔리는 동북선(왕십리역∼상계역)·면목선(청량리∼신내동)·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 등에 있는 공사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 따른 사용료 기준이 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5월 개통한 신림선은 공사의 보라매역과 신림역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있는데 사용료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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