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시에 납품 해줄께” 농수산물 ‘탕치기’로 35억 가로챈 일당

중앙일보

입력

추석 명절을 앞둔 20일 대전의 한 농수산물 시장.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뉴스1

추석 명절을 앞둔 20일 대전의 한 농수산물 시장.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뉴스1

중소상인 14명에 농산물 받고 잠적 

서울시에 농산물을 팔아줄 것처럼 상인들을 속여 35억원 상당 물품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사기)로 농수산물 납품빙자 사기단 총책 A씨 등 6명을 검거했다. 이중 조직원 섭외와 수익 배분을 주도한 A씨와 납품책 B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잠적한 2명을 추적하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중소상공인 등 피해자 14명에게 35억원 상당 참깨·마늘·건어물·새우 등 농수산물을 납품받아 대금을 치르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넘겨받은 농산물은 시세 40%를 쳐서, 장물업자 2명에게 헐값에 팔았다. 경찰은 A씨 등이 현금 거래만 한 것으로 미뤄, 15억원 상당을 현금화한 뒤 어딘가에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피해자는 7억 원어치 농산물을 A씨에게 줬다가 돈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사기단은 농수산물을 납품받은 뒤 잠적하는 일명 ‘탕치기’ 수법을 썼다”며 “범행 초기 1000만~2000만 원 정도 물품 거래를 한 뒤 피해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한 뒤 완전히 넘어온 피해자에게 수억 원어치 농산물을 받아 장물업자에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경찰이 검거한 A씨 등 사기단은 과거 서울·경기·대전 등에서 발생한 농산물 납품 피해 사건에 가담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적 있다고 한다. 이때마다 유일하게 실명을 쓰는 영업총책 C씨가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았다. 나머지 조직원은 점조직 형태로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농수산물 납품 사기단 검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북경찰청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농수산물 납품 사기단 검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북경찰청

장물업자에 시세 40%로 넘겨 현금화 

박용덕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공범들끼리도 서로 가명을 쓰고, 대포폰을 사용해 경찰 추적을 피해왔다”며 “모든 거래는 현금으로만 진행했다. 추석을 앞둔 8월께 농산물을 대량으로 받은 뒤 사기 행각을 벌이려다 수사가 시작되자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범인 중 일부가 서울시 물류센터 팀장 명함을 내밀며 ‘서울시에 농산물을 납품하게 해주겠다’고 속였다”며 “서울시가 운영하는 유통센터에 거래를 트면 연중 안정적인 납품을 할 수 있어 농산물을 보냈다”고 한다.

충북 음성에 물류법인을 설립한 A씨 등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서울시 소재 한 창고를 임시로 빌려 썼다. 실제 초도 물량 일부를 서울로 보내 마치 서울시 물류센터로 납품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피해자에게 받은 농산물은 음성 창고나 장물업자 창고에서 주고받기도 했다. 장물업자는 원거래자를 숨기기 위해 박스를 다른 것으로 바꿨다.

충북경찰청은 “농수산물 대량 거래가 활발한 추석을 앞두고 비슷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상대방 거래실적과 업체대표 명의, 계좌 명의가 일치하는 등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