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4세 자녀까지 국가시험위원 임명…직원 가족에 40억 준 산업인력공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방만, 횡령, 전관, 부적격 채용, 노조 부당지원, 무단이탈, 허위서류….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한국환경공단 등 18개 공공기관 감사 결과에 수십 차례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제 식구 챙기기’ 부실·방만 경영과 복무기강 해이가 여전하다”며 수십 건의 지적사항을 공개했다.

제 식구 챙기기 대상은 전관과 직원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를 망라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인력공단은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치를 때마다 직원 배우자 328명을 시험위원(감독관 등)으로 위촉해 1회당 평균 24만원씩 39억원을 지급했다. 일부 배우자는 연 278회 시험위원을 했다. 배우자 외에 미성년 자녀 10명 등 다른 가족 373명도 같은 기간 총 3만4199회에 걸쳐 시험위원으로 위촉됐다. 배우자에 이들까지 더하면 총 수령액은 40억원에 달한다. 인천지역본부 과장의 만 14세 아들이 관리원에 위촉돼 이틀간 13만4000원의 수당을 받기도 했다.

환경공단은 퇴직자가 설립한 폐비닐 업체와 2017년 계약을 체결하며 보수를 계약 예규보다 1.9배 높게 책정해 71억원을 과다 지급하고, 해당 업체의 예상 판매단가를 과소 산정해 공단에 납부할 수입은 최대 37억원 적게 받는 등 108억원의 특혜를 줬다.

신용보증기금은 자산담보부 증권인 P-CBO를 발행하며 업무수탁 기관으로 신보 사우회가 100% 출자한 전관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어 업체에 매년 채용 요청자 명단을 건네 2012~2021년 퇴직자 71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성과급을 부풀리고 비정규직 성과급을 정규직이 가져간 경우도 있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소속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실적에 따른 예상 수입을 과소 편성해, 예·결산 차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난 3년간 성과급 156억원을 과다 지급했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1년 비정규직 근무 기간을 늘려 1억5197만원의 성과급을 산정한 뒤 비정규직 직원에게 2017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1억3180만원은 정규직이 가로챘다.

노조에 대한 부당 지원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이 2019년 4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이사회 의결 없이 경상경비로 6억9000만원을 노조에 부당 지원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의 부실 감독도 지적했다. 정부 출연금 2100억원을 예산 편성에 활용하지 않은 채 장기 적립된 상태로 방치했다는 것이다. 또 전액 반납받아야 할 2016년 공공기관 인센티브 지원금 1740억원 중 831억원만 받았고, 그중 591억원은 양대 노총 등이 설립한 ‘공공상생연대기금’에 기부, 재정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