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스토리] 모빌리티 산업의 근본적 변화 가속 … 국내외 완성차·부품사 간 경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문어발식 사업보다 전문 분야 집중

독일 1위 부품회사인 보쉬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5개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기로 했다.

독일 1위 부품회사인 보쉬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5개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기로 했다.

모빌리티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차별화된 생존 전략이 요구된다. 완성차와 부품사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글로벌 부품사들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은 문어발식 사업보다 전문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한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배터리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폭등하고 있어 배터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받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아예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는 완성차 업체도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그룹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인근의 잘츠기터에 배터리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아예 배터리 전문 자회사인 파워코(PowerCo)까지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기술을 모든 차종에 적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총 18조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부품사들의 고민이 여기서 시작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나 반도체,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자회사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부품사들은 반도체와 전동화, 소프트웨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특화된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모든 사업에서 수익을 담보할 수 없으니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독일 보쉬는 최근 수년간 부품업계 순위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회사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5년 후인 오는 2029년까지 지난해보다 50%가 넘는 총 800억 유로(한화 약 113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5개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기로 했다.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고객사 대응에도 최적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은 전체 연구개발 인력의 50%를 넘는다.

국내 부품사들도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속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공개한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와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 300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래차로 전환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양산까지 5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데 연구개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인력확보나 세제혜택, 자금조달과 같은 지원정책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 수준인 국내 넘버원 부품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현대차그룹의 부품계열사들도 매년 양적인 성장은 기록 중이지만 영업이익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덩치는 커졌지만, 뒷심은 부족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아진 재료비와 물류비용, 인건비 역시 부담이다.

모빌리티 업계 전문가는 “유럽과 북미의 강화된 환경 규제는 인증을 거친 부품사들에만 입찰의 기회를 부여할 만큼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선 이러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게 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효율적인 모빌리티 선도전략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