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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멋과 맛] 국가등록문화재 구들장 채석지와 이색적인 풍광·볼거리 가득한 ‘오봉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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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전라남도 보성군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산 산등성에 있는 ‘갈지(之)’자 모양의 길들. 작은 사진은 오봉산 정상부에 구들장용 돌을 쌓아올린 석탑들. 오봉산 내 21곳에 76개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산 산등성에 있는 ‘갈지(之)’자 모양의 길들. 작은 사진은 오봉산 정상부에 구들장용 돌을 쌓아올린 석탑들. 오봉산 내 21곳에 76개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전남 보성군 오봉산에는 기묘한 모양의 탑들이 있다. 산등성이에 쌓인 돌무더기 위에 평평한 구들장용 돌을 쌓은 석탑이다. 구들장은 한옥 난방설비인 온돌(溫突) 자재다. 관광객 김정수(61·광주광역시)씨는 “어릴 적 방바닥에 깔았던 구들돌로 탑을 쌓은 게 흥미로워 자주 찾는다”며 “구들장 석탑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바위와 암석, 바다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오봉산은 한때 전국에서 사용되는 구들장의 70%를 캐내던 채석 산지다. 70년대 말까지 국내 곳곳에서 돌을 사 갔지만, 보일러와 아파트문화가 확산하면서 사양산업이 됐다. 문화재청과 보성군은 1930년대부터 1980년 초까지 오봉산에서 구들장이 채석된 것으로 본다. 채석장 상층부나 산 정상에 세워진 돌탑은 오봉산 내 21곳에 76개가 세워져 있다.

석탑이 세워진 정상부에서 산등성이 쪽을 살펴보면 ‘갈지(之)’자 모양의 여러 길이 보인다. 과거 오봉산에서 캔 구들장을 운반하던 소달구지길이다. 해발 343m 산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길에서는 과거 채석 때 사용된 도구와 장비가 숱하게 발견됐다. 산림청은 지난해 12월 오봉산 우마차길을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오봉산은 곳곳에 있는 구들장 채석현장 외에도 이색적인 풍광과 볼거리가 많다. 정상부에는 돌탑과 함께 산의 상징인 칼바위·구들장바위·풍혈 등이 있다. 칼바위는 약 30m 높이 바위 겉면에 마애불상이 새겨진 국가 산림문화자산이다. 통일신라 때 원효 대사가 오봉산에서 불도를 닦는 모습을 형상한 것이라는 설화도 있다.

구들장 채석지는 중생대 백악기 때 여러 차례 화산 폭발로 생긴 지형이다. 산 정상과 능선 전역에 화산재가 쌓이면서 생긴 응회암이 산재해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4월 27일 오봉산 구들장 채석지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광산중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것은 국내 첫 사례다.

보성군은 2021년 1월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구들장의 역사와 우수성을 조명해왔다. 수십 차례에 걸친 전문가 현장조사와 구들장 채석 참여자들의 구술·채록 등을 통해 체계적인 정리 작업도 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국가문화유산 품격에 맞는 구들장 채석지 보존·활용 방법을 모색하고, 세계 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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