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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 리더십 되찾기…인텔, 새 비밀병기 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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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시간)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2023’에서 1.8나노 기반 웨이퍼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 인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시간)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2023’에서 1.8나노 기반 웨이퍼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주문생산) 시장 복귀와 함께 선두 탈환을 선언한 인텔이 1.8나노미터(㎚·1㎚=10억 분의 1m)급 공정 기반 웨이퍼(반도체 원판)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4년 동안 5개 공정을 뛰어넘어 TSMC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가진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들면서 이들 대형 반도체 기업 사이 파운드리 삼국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인텔 노트북용 프로세서 ‘메테오 레이크’. [사진 인텔]

인텔 노트북용 프로세서 ‘메테오 레이크’. [사진 인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 2023’ 행사에서 1.8나노급 반도체 웨이퍼를 공개했다. 당초 내년 상반기 양산이 예정된 2나노급 웨이퍼를 공개할 것이란 예상을 뛰어넘은 공격적인 발표였다. 겔싱어는 “에릭슨 등 주요 고객사가 첨단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 인텔을 이끄는 겔싱어는 5개 공정을 4년 안에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며 삼성전자와 TSMC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당시 인텔은 10나노급 공정에 머물러 있었지만 삼성과 TSMC는 이미 7나노급 공정을 돌파한 상황이었다.

인텔은 이날 연말까지 칩 성능 수준에서 3나노급 공정으로 평가받는 인텔3 공정의 양산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계획대로 내년부터 2나노급 공정 양산에 성공한다면 반도체 초미세공정 싸움에서 삼성전자와 TSMC를 넘어서게 된다. 3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는 2025년부터 2나노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적용한 첫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 ‘메테오 레이크’도 함께 공개했다. 오는 12월 14일 정식 출시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EUV 노광 장비를 활용해 7나노급 공정으로 만든다. 한때 10나노 이하 회로 미세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뒤처졌던 인텔이 마침내 TSMC·삼성전자만이 성공한 EUV 기술 적용 반도체 대량생산에 도달한 셈이다.

한때 인텔은 반도체 설계는 물론 제조의 영역인 미세 공정에서도 경쟁 업체를 압도했었지만,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 도입 시기를 놓치며 TSMC와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조 주도권을 내줬다. 하지만 인텔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앞세워 세계 각지에 팹(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특히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한계로 불리는 1.8나노 공정을 넘어 양자 기반 반도체 초기 시제품까지 공개하며 자신감을 한껏 과시하기도 했다. 양자 기술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연산속도를 가지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너머 ‘꿈의 기술’로 불리지만 아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먼 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다. 인텔이 양자 기반 반도체를 공개석상에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겔싱어는 이날 “양자컴퓨팅은 상용화까지 아직 10~15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 내다보면서도 “현재 양자 기반 반도체에 대해 독특하고 실용적인 접근방식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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