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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있다면 전부 담배다" 의대 교수의 전자담배 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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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흡연부스. 뉴스1

서울시내 흡연부스. 뉴스1

“유해성분을 규제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굳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20일 오후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23년 금연정책포럼’ 발제자로 선 임민경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의 말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자담배 규제 방향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임 교수는 전자단배가 각종 규제를 비껴가는 현실을 지적했다.

“니코틴 있다면 전부 담배로 규정해야”

담배사업법 제2조1항

담배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담배사업법·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담배에는 담뱃잎으로 된 궐련(일반담배)과 담뱃잎 유래 니코틴을 포함한 액상형 전자담배만 해당한다. 담배 줄기나 뿌리에서 나온 니코틴을 원료로 한다면 ‘유사 담배’로 취급된다. 현재 일반담배는 니코틴· 타르 함량과 그 외 6가지 발암 물질 이름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엔 이런 표시 의무마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임 교수는 “니코틴 함량 1% 미만인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가 사실상 없어 (업자들에게는) 무주공산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기를 포함해 모든 니코틴 전달 시스템을 담배로 정의해야 하고 담배 성분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배제품의 성분 및 배출물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가입국 의무로 규정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10조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FCTC 당사국이다.

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보건복지부

美 “모든 니코틴 규제”

이날 공개된 ‘국내 궐련·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궐련 판매량은 매년 감소(32.1억갑→31.5억갑→30.9억갑)했으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매년 증가(3.8억갑→4.4억갑→5.4억갑)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증가에 따라 전체 판매량은 자연스레 증가세(35.9억갑→35.9억갑→36.3억갑)를 보였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전자담배 판매가 늘어 전체 판매량이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9년 전인 2014년 43.6억갑으로 회귀할 기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17년 대비 2022년 430%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250%p 폭증한 6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가 마약 흡입도구로 변질됐음을 보여주는 언론 보도 설명. 사진 보건복지부

전자담배가 마약 흡입도구로 변질됐음을 보여주는 언론 보도 설명. 사진 보건복지부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접근이 쉬운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위해가 일반담배보다 덜하다는 식으로 주로 홍보되고 “금연상담”이라며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청소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0년 1.9%, 2021년 2.9%, 2022년 3.3%로 증가세에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최근엔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를 이용해 마약 흡입하는 경우도 확인된다. 마약 사용 도구로서의 규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남녀 흡연자 10명 가운데 4명은 일반담배뿐 아니라 액상형 전자담배 등을 섞어 피는 다중 흡연자라는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울산대 산학협력단이 2022년 11월 7∼17일 20∼69세 8000명(남녀 동수)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흡연자 2306명 중 940명(40.8%)이 궐련 담배와 전자담배 또는 액상형과 궐련형 전자담배를 같이 흡연했다. 이 센터장은 “담배 시장과 사용 행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FDA APP 원칙. 사진 보건복지부

미국 FDA APP 원칙. 사진 보건복지부

미국은 유해성 등을 평가해 식품의약국(FDA)이 담배제품에 대한 판매 허가를 내리며 담배를 규제하고 있다. FDA 담배규제센터 소속 브라이언 킹 박사는 “사전심판승인제도를 거쳐 담배 판매를 허가한다. 그간 2600만 건에 이르는 판매 신청을 받았는데 그중 23개만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P(Appropriate for the Protection of the Public Health·공중보건에 적합)’ 원칙에 따라서다. 킹 박사는 “청소년 리스크 등 위해 요소와 잠재적인 혜택을 저울질해 담배를 허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담배 회사가 제품 속 유해 물질 93종에 대한 함량 등을 보건 당국에 내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멘톨 향이나 향이 더해진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킹 박사는 전했다. 킹 박사는 “2022년 담배 정의를 개정할 때 합성 니코틴을 포함했다. 이제는 니코틴을 가지고 있는 어떤 담배라도 규제할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 FDA는 WHO 입장대로 모든 담배가 유해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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