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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 "통일정책 추진한 분들 모임 만들자" 통계조작엔 침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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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각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원로들에게 “앞으로 각 정부 별 통일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 전 대통령은 19일 9ㆍ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여의도 63빌딩의 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한완상 전 부총리 겸 통일원(통일부의 전신) 장관, 문희상 전 국회의장, 이낙연ㆍ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임종석ㆍ노영민ㆍ유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ㆍ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정의용 전 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 고위인사들도 다수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서울을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로들에게 “참석해주셔서 자리가 빛났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이렇게 모여서 통일 정책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듣고 하니 참 좋다. 오늘 기념식으로 끝낼 게 아니라 각 정부 별로 통일정책을 추진했던 분들 모임 같은 걸 만들어서 토론도 하고, 계속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를 언급하며 “(모임이 만들어지면) 이 정부에다가 여러 제안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임 전 장관은 노태우 정부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당시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 참여했고, 한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초대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을 지냈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앞으로 좀더 (공개적으로) 활동을 할 것이란 뜻으로 읽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만찬 도중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고 한다. 이날 그는 기념식 전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앞으로 길게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해찬 전 대표와 문희상 전 의장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했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소통에 나선 사례 등을 거론하며 “지금은 정치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현 정부ㆍ여당을 비판했다고 한다.

만찬 자리에선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정치 퇴행”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조금 더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의 ‘통계조작’ 감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이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결론내리고 장하성ㆍ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22명을 수사의뢰했다. 한 참석자는 “통계조작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도 “그런 구체적인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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