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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불멸의 혁명활동" 했다는 김정은…다음 행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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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박 10일의 집권 이래 최장 기간 해외 방문을 마치고 러시아에서 평양으로 돌아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약속 받은 군사 협력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정찰위성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불멸의 대외 혁명"

2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날 저녁 "전용 열차로 수도 평양에 도착했다"며 "당과 정부, 군부의 지도 간부들은 조로(북ㆍ러) 친선의 강화 발전사에 길이 빛날 불멸의 대외 혁명 활동을 벌이시고 돌아오신 김정은 동지께 인민과 인민군 장병의 마음을 담아 열렬한 축하의 인사를 드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지난 10일 평양을 떠나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전투기 생산공장을 방문하고 태평양함대를 시찰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김정은의 전용 열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60㎞ 정도로, 지난 18일 새벽 북ㆍ러 국경을 통과했지만 평양에 도착하기까지 이틀 가까이 걸렸다.

정찰위성 도전 박차

김정은의 다음 행보는 우선 정찰 위성 재발사 시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쐈지만, 두 차례 모두 실패했다. 1차 시도 때는 2단 추진체의 엔진 결함으로 서해에 추락했으며, 2차 시도 때는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주장한 뒤 '10월 중 재발사'를 공언했다. 다만 군은 2차 시도 때도 "2단부터 비정상 비행을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저녁 평양에 도착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저녁 평양에 도착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러시아까지 가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우주 기술 이전을 사실상 약속 받은 마당에 또 발사에 실패할 경우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신이 서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일 소위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처음으로 진수했다고 밝혔지만, 합참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신무기 개발 성과를 무리하게 과장해 선전하는 북한식 '기만술'이 최근 속속 탄로나는 가운데, 그간 공들이던 정찰위성마저 세 번 연속으로 연거푸 실패할 경우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한은 위성 본체의 기능 보완과 시험 설비 확보 등 분야에서 러시아와 후속 협력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성을 궤도까지 싣고 나가는 발사체 기술 이전의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 아무리 국제 규약을 대놓고 거스르고 있는 러시아라고 해도 북한과 협력하는 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소위 정찰위성은 위성체의 기능, 모의 훈련 환경, 실험 장비 등에서 모두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쓰던 위성체 모형을 제공해서 북한이 베낄 수 있도록 하거나 러시아의 실험 장비를 제공하고 북한 과학자들을 러시아로 비공개로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선 재발사 시기를 연기하며 만전을 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6월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6월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中 당기기 나설 듯

러시아와 밀착을 과시한 김정은이 이제 중국과 관계에도 힘을 쏟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김정은의 방러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며 소위 '한 통속'으로 보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북ㆍ러가 잔뜩 밀착하는 모습이 중국으로서는 편치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중국을 끌어당기려 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만큼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을 필두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고위급 대표단이 항저우에 갈 경우 러시아와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북ㆍ중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추가 도발 준비하나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과시한 북한이 정찰위성 외에 한ㆍ미ㆍ일 공조를 떠볼만한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이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는 것을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다가오는 '쌍십절'(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 10월 10일)도 추가 도발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쌍십절에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은이 '전술핵 운용 부대'의 군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알리며 대남 위협 수위를 높였다. 더 나아가 한ㆍ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오는 11월쯤 실시되면 이에 따른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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