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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푸틴·시진핑 불참한 유엔총회서 ‘중·러 견제 외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의 지속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규탄한다”며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General Debate) 첫날 연설에서 “미국은 전 세계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선의의 노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앞선 두 차례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의 안보 위협을 비판했었다.

러 침략 강력 규탄…中 두고는 “경쟁하되 협력”

이날 27분간 이어진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 세계와 대척점에 선 러시아·중국을 견제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다만 ‘온도 차’는 있었다. 러시아를 상대로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규탄하는 강경한 메시지를 낸 반면 중국에는 전반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되 협력할 건 협력한다’는 톤이었다.

이번 유엔 총회에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만 참석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한 상황에서 대(對)중·러 메시지가 발신됐다. 지난해 총회에 참석했던 영국 리시수낵 총리,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에 오지않아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 총회가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법적 침략 전쟁’으로 규정했다. 이어 “이 전쟁에 대한 책임은 러시아에만 있다. 평화를 가로막는 것은 러시아뿐”이라며 즉각적인 철군을 통한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또 “우리는 노골적인 침략에 맞서고 또 다른 미래의 침략자들을 억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전 세계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존, 자유 수호를 위해 계속 함께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맞선 단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단 없는 지지·지원을 호소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우리는 미·중 간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항하는 성격의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 프로젝트를 미국 주도로 출범시킨 것을 거론하며 “이는 특정 국가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침략과 협박에 맞서 항행의 자유, 공정한 경제 경쟁 등 수십 년간 안보와 번영을 지켜온 규칙을 수호할 것이지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 간 협의체인 ‘C5+1’ 정상회의를 처음 개최했다. 아울러 이들 국가의 정상들에게 ‘C5+1 주요 광물 대화’ 출범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중국의 핵심광물 전략무기화 움직임에 맞선 공급망 확충 계획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는 것도 중국이 자국 편으로 끌어당기려는 브라질을 붙들어두기 위한 취지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78차 유엔 총회가 열린 19일(현지시간) 뉴욕에 있는 유엔 미국 공관에서 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타지키스탄ㆍ투르크메니스탄ㆍ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 간 협의체인 ‘C5+1’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78차 유엔 총회가 열린 19일(현지시간) 뉴욕에 있는 유엔 미국 공관에서 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타지키스탄ㆍ투르크메니스탄ㆍ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 간 협의체인 ‘C5+1’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안보리 합의 가로막는 교착구조 깨야”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제 연대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유엔 안보리 기구 개혁론도 폈다. 그는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 미국이 안보리 확대와 상임이사국·비상임이사국 증설을 지지한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은 많은 회원국들과 진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이사회 합의를 가로막는 교착 상태를 깨뜨릴 수 있어야 하며 더 많은 목소리와 더 많은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러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 및 도발에도 2017년 12월 이후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하지 않으며 유엔 안보리를 무력화해 왔다. 그에 따른 대안으로 제기된 상임이사국 확대 개편론은 기존 5개국 외에 인도·브라질·독일·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6개국을 새롭게 포함시키자는 주장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일반 토의 개막 연설에서 “21세기의 경제 지형과 정치적 현실에 맞춰 유엔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됐다”며 “유엔 안보리를 현재 국제사회 상황에 맞게 개혁하자”고 제안했다.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 상임이사국 중 중국은 기존 틀 유지를 주장하고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멕시코·아르헨티나 등의 반대 입장도 뚜렷하다. 상임이사국이 되면 영구적 지위가 확보되기 때문에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한국은 대안으로 정기적 투표를 통해 안보리 일반 이사국을 확대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상임이사국 중 1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모든 결의안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문제도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기존 상임이사국의 기득권 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젤렌스키 “러, 어린이까지 무기화”

이날 유엔 총회에서는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직접 참석해 연설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국방색 티셔츠를 입은 그가 총회장에 들어서자 장내에는 환호성이 일었다. 일반 토의 12번째로 연단에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며 15분간 격정적 어조의 연설을 이어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를 겨냥해서는 “수만 명의 어린이를 납치해 간 뒤 가족과 관계를 끊어놓은 채 우크라이나를 증오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인종 말살”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는 세계 시장에서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고 에너지, 어린이에 이어 자포리자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험 등 에너지까지 무기화하고 있다”며 “침략자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고 전범은 처벌받아야 하며 점령지는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는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평화공식을 처음으로 공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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