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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아닌데 "36개월 빌리세요"…시장규모 13조, 이종격투 중

중앙일보

입력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업체인 롯데렌터카는 최근 출·퇴근 특가 상품을 선보였다. 쏘나타 같은 중형차는 2만5000원, 그랜저 등 준대형차는 3만5000원을 내면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6시간 동안 차를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와 별도로 이 회사는 지난 7월부터 24시간 미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 혜택을 늘리고 있다.

올해 초 제주 시내 한 식당의 주차장을 가득 채운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올해 초 제주 시내 한 식당의 주차장을 가득 채운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국내 카쉐어링(Car Sharing·차량공유) 업계 1위인 쏘카는 최근 월(月) 단위 카쉐어링 프로그램인 ‘쏘카플랜’에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상품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쏘카플랜은 차량을 최소 한 달~최장 36개월까지 대여하며 기간과 차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쏘카는 이 프로그램에 연말까지 14종의 신차 8000여 대를 투입한다.

경계 흐릿해진 렌터카와 카쉐어링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해 13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놓고 렌터카 업계와 카쉐어링 업계 간 ‘영역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렌터카 업계는 보통 일·월 단위의 차량 대여를, 카쉐어링 업체는 하루 이하의 짧은 시간 단위를 중심으로 차를 빌려주는 것으로 나름의 구분을 지어왔다. 하지만 렌터카 업계는 시간 단위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반대로 카쉐어링 업계는 일·월 단위의 서비스를 내놓는 분위기가 뚜렷해지면서 두 업종 간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런 현상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롯데렌터카와 롯데렌터카 계열 카쉐어링 업체인 그린카 이용 실적 분석에 따르면 롯데렌터카는 올해 1~8월 전체 단기 렌터카 이용자 중 29%가 24시간 미만의 단기 이용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포인트 늘었다. 반면 그린카의 경우 지난달 전체 이용자 중 15.8%가 24시간 이상 일(日)대여 이용자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서비스 형태도 비슷하게 변화 중 

여기에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두 업계 모두 ‘플랫폼 기반 비대면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차를 빌릴 수 있단 얘기다. 렌터카 업체들이 카쉐어링 업체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스마트키(앱으로 차량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기능)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카쉐어링 업체들 역시 주중 1일 정액 이용권 판매(그린카·경형 2만3000~대형 4만5000원), 추석 연휴 대여 정액권(쏘카·3박4일 15만9000~17만원) 등을 무기로 렌터카 업체들에 도전 중이다.

제주 서귀포시에 SK렌터카가 세운 전기차 충전 복합 시설인 에코라운지의 모습. 카페 브랜드 테라로사가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민상 기자

제주 서귀포시에 SK렌터카가 세운 전기차 충전 복합 시설인 에코라운지의 모습. 카페 브랜드 테라로사가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민상 기자

국내 렌털 시장, 연평균 7% 성장

업종 간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롯데렌탈이 최근 SK㈜로부터 쏘카 지분 17.9%를 최대 1462억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 계약(SPA)을 맺은 일이 대표적이다. 계획대로 거래가 완료되면 롯데렌탈은 쏘카의 2대 주주(지분 32.9%)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시장이 어떤 식으로 재편될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차량 렌털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할 전망이고, (렌터카 업체의) 카쉐어링 침투율도 상승 중”이라며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고, 플랫폼에 기반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금력과 운영 효율성을 보유한 대형 업체들에 유리해지고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업체 간 대형화를 위한 이합집산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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