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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살인예고’ 글 올린 20대에…정부, 4300만원 첫 손배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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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7월 “신림역 2번 출구에서 사람을 죽이겠다”고 인터넷에 이른바 ‘살인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을 상대로 법무부가 43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긴급 상황으로 오인해 경찰 700여 명이 투입되는 데 든 비용을 물어내게 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19일 ‘신림역 살인 예고’ 글을 인터넷에 올린 최모(29·구속기소)씨를 상대로 4370만1434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7월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살인을 예고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협박)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앞으로도 ‘살인 예고’ 글 게시자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철저하게 물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한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오판하면 안 된다”며 “보통은 훈방하고 넘어갔지만, 최근에는 반드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미성년자라도 구속하고 있다. 초반에 굉장히 강력하게 잡아야 한다”고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손해배상 청구액수로 산정된 4300여만원에는 출동 경찰관 수당 및 차량 기름값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신림역 살인 예고 글 관련) 112신고 접수부터 검거까지 경찰기동대 등 703명의 경찰이 투입됐고, 수당과 유류비 등 혈세가 낭비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으로 조만간 다른 살인 예고 글 게시자에 대해서도 손배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이른바 ‘묻지마’ 흉기 난동이 이어질 당시 온라인에는 모방범죄 성격의 살인 예고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경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것만 479건이다. 당시 전국 번화가에는 무장 경찰특공대와 중장비까지 배치되면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다만, 처벌 필요성과는 별개로 협박죄 등이 법원에서 실제 유죄 판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살인 예고’ 글과 관련한 판례가 거의 없고, 직접 적용할 법률이 마땅치 않아서다. 궁여지책으로 협박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5일 ‘살인 예고’ 글을 올려 처음 체포된 20대 남성 사건 재판에서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특정인에게 도달해야 한다”는 법적 구성요건이 지적됐다. 법무부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예고하는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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