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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법관이 진영논리에 유혹 느끼면 사직서 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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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균용

이균용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너진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재판 지연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자는 “법관이 진영논리가 원하는 쪽으로 이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면 사직서를 내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때가 된 것”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야는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의 편향성 논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재산 의혹 등을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10억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점을 집중 질타했다. 전혜숙 의원은 “재산을 숨기고 신고하지 않는 행위를 법률 용어로는 ‘재산은닉’이라고 한다”고 했고 박용진 의원은 “10억이나 되는 비상장주식을 어떻게 신고하는지 몰랐다고 하는 말이 통할 것 같냐. 자진해서 사퇴할 의향이 없느냐”고 했다. 이 후보자는 “비상장주식 가액이 10억원이라는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송구스럽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자와 그의 가족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며 당초 알려진 배당금보다 더 큰 금액을 더 오랜 기간 수령해온 사실이 이날 청문회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추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배우자·아들·딸은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인 옥산으로부터 2013~2017년 매년 1인당 세후 634만5000원씩, 총 1억269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당초 이 후보자는 배당금 규모를 2020~2022년 수령했던 1억2000만원 규모로만 밝혔다. 이후 국회 요구에 2018∼2019년 수령한 배당금(세후 1억7766만원)을 추가로 공개했고, 그 이전에 수령한 배당금 내역은 밝히지 않다가 2010년 이후 수령분을 다시 공개한 것이다.

이 후보자가 미국 유학 중인 장녀에게 사실상 재산을 증여하며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추가됐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18~2023년 미국에서 유명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장녀의 해외 계좌로 매년 약 1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화려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정수입이 거의 없어 생활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며 “증여세 탈루로 인식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자녀들이 유학 시절 사용한 계좌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 신고 대상인데도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선 “(자녀가) 별다른 재산이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는데 송구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도 도마에 올렸다. 김회재 의원은 “(대통령과) 사적 친분이 있는데 과연 사법부 독립을 이룰 만한 적임자가 될 것인지”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사법부 정상화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김형동 의원은 “얼굴 몇 번 본 게 친구인가. 그렇다면 바이든도 내 친구다. 대통령도 내 친구니까”라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편향된 인사가 재판 지연으로 이어졌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했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는 2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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