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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어르신 사로잡은 ‘영상 자서전’…예약 2000명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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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충북 영상자서전 사업에 참여한 ‘시니어 유튜버’들이 촬영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충북도]

충북 영상자서전 사업에 참여한 ‘시니어 유튜버’들이 촬영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충북도]

“요즘 종이접기를 배워요. 아들과 딸에게 주려고 종이학 2000마리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지요. 그림도 배우는데 스케치북 2권을 벌써 다 썼어요. 자식들이 동화책 10권을 사줘서 그걸 따라 그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80대 정모씨)

“베트남 전쟁에 2년 참전했죠. 분대원들이 밥을 잘 안 먹어서 직접 음식을 해줬어요. 선후배들 많이 보고 싶습니다.”(참전용사), “큰딸은 성격이 화끈하고, 둘째 딸은 애교가 많아서 아빠한테 덜 혼나요. 막내아들은 누나들이 키우다시피 했죠.”(70대 강모씨)

유튜브 채널 ‘충북영상자서전’에 올라온 영상엔 평범한 이웃 사연이 각양각색이다. 생업을 이끌고 자식을 길러낸 이야기, 기업을 일군 경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낌 보람, 이웃을 위해 베풀고 봉사하는 생활, 살아오면서 겪은 시련 등 1500여 개의 영상자서전이 기록돼 있다. 5분~10분 분량의 인터뷰 동영상으로 이웃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충북도는 지난해 9월 ‘추억공유 디지털 영상자서전 사업’을 추진하며 관련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이 사업은 인생 기록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지난해 시범 사업을 통해 127건을 제작한 데 이어, 최근까지 3500여 건 촬영을 마쳤다. 이 중 1500여 건을 영상자서전 채널에 올렸다. 주인공 가족이나 그를 아는 친구·동창 등이 영상을 찾아본다고 한다.

영상자서전 촬영에 참여한 A씨(60대)는 “촬영 시작 전 긴장이 많이 됐지만, 나의 삶을 정리해보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내 이야기가 후세에 잘 전달 돼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관성 충북노인종합복지관 부관장은 “복지관에서 자원봉사하는 청년, 시니어 서포터즈가 영상자서전 제작에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인터뷰를 통해 자녀·친구들과 행복했던 모습을 풀어내는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영상자서전이 입소문을 타면서 예약자만 2000여 명을 넘어섰다. 신청자는 대부분 70~80대 어르신이다. 에어로빅 강사, 봉사자 등 젊은 층에서도 참여가 확산하고 있다.

백성구 충북도 노인정책팀장은 “사업 초기 ‘내 얘기를 하는 게 부끄럽다’는 어르신들이 많았지만, 영상이 하나둘 올라오면서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 제작은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충북노인종합복지관·민간단체 등에서 진행한다. 충북도는 올해 6000건을 만들 계획이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2026년에는 2만 건 이상도 가능하다는 게 충북도 설명이다.

올해 영상 제작과 전담 인력 양성 등 예산 11억3000만원을 편성했다. 촬영 장비와 영상 편집기, 스튜디오 등을 마련했다. 영상 제작 전담 인력 3명과 ‘시니어 유튜버’ 20명 정도가 신청자 섭외와 촬영을 맡고 있다.

영상자서전 사업을 제안한 김영환 충북지사는 “즐거웠던 어르신 기억을 공유하고, 이들 경험과 지혜를 인생기록문화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해 영상자서전을 만들었다”며 “지금은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지만, 참여자가 더 많아지면 소시민 기록을 모은 별도 플랫폼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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