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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경쟁자지만 협력 원해”…공급망 재편에 한·독 뭉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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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전윤종 KEIT원장(오른쪽), 미하엘리스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장이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 KEIT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전윤종 KEIT원장(오른쪽), 미하엘리스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장이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 KEIT

“독일 드레스덴은 ‘유럽 반도체 수도’입니다. 고급차 아우디의 신화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지요. BMW·폭스바겐·포르쉐 공장도 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 대전환이 시작된 지금 한국과 독일이 손을 맞잡는다면 든든한 우군이 될 것입니다.”

‘실리콘 색소니(Silicon Saxony)’ 지도. 작센 주 드레스덴 시를 중심으로 일부는 라이프치히 시와 캠닛츠 시 인근에 약 300여 개에 이르는 반도체 및 나노 기술 관련 기업들과 연구소들이 모여있다. 사진 작센 주

‘실리콘 색소니(Silicon Saxony)’ 지도. 작센 주 드레스덴 시를 중심으로 일부는 라이프치히 시와 캠닛츠 시 인근에 약 300여 개에 이르는 반도체 및 나노 기술 관련 기업들과 연구소들이 모여있다. 사진 작센 주

18일 마르틴 둘리히 독일 작센주(州) 경제노동교통부 장관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 기업들이 협력을 원한다면 부지 제공, 인력 양성 등 주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독일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는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한·독 공급망 기술협력센터 설립 업무 협약식’을 열었다. 두 기관은 올해 안에 드레스덴에 기술협력센터를 열고, 공동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앞서 마르틴 둘리히 독일 작센 주(州) 경제노동교통부 장관이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작센 주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KEIT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앞서 마르틴 둘리히 독일 작센 주(州) 경제노동교통부 장관이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작센 주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KEIT

미·중 패권 갈등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출렁이고 있다. 국가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게임의 룰’이 바뀌는 양상이다. 한국과 독일은 최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가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과 독일이 차세대 반도체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손을 잡은 것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번 협력은 프라운호퍼연구소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 성사됐다. 프라운호퍼는 1949년 설립돼 독일 전역의 76개 연구소에서 2만5000명 이상의 연구원이 근무하는 유럽 최대 연구개발(R&D) 그룹이다. 이 가운데 IKTS는 드레스덴에 R&D 본부를 두고 수소·배터리·실리콘 등 응용 연구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작센(Saxony)주는 유럽연합(EU)에서 가장 혁신적인 산업 거점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빗대 ‘실리콘 색소니(Silicon Saxony)’로도 불린다. 유럽 전체 반도체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최근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약 15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IKTS 안에 설립되는 ‘한·독 공급망 기술협력 센터’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 차세대 반도체와 미래 자동차 신기술 발굴에 주력한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기술 컨설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앞서 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이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한독 공급망 기술협력 센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KEIT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앞서 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이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한독 공급망 기술협력 센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KEIT

전윤종 KEIT 원장은 “경제패권 전쟁이 시작되면서 전통적인 공급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어려운 숙제와 새로운 기회가 동시에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독일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자동차부품, 전기차, 자율주행 같은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전윤종 KEIT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박용민 산업부 과장(“ 세 번째), 미하엘리스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장(“ 네 번째), 마틴 둘리히 독일 작센주 장관(“ 여섯 번째)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KIET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독 공급망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전윤종 KEIT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박용민 산업부 과장(“ 세 번째), 미하엘리스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장(“ 네 번째), 마틴 둘리히 독일 작센주 장관(“ 여섯 번째)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KIET

이어서 열린 ‘한·독 공급망 기술협력 포럼’에서는 작센주 경제사절단을 비롯해 두 나라 정부기관 및 기업 관계자들이 미래 자동차 산업 기술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 연사로 나선 독일 주요 기관 관계자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의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지 자동차부품 업체를 대표해 참석한 디르크 보겔 AMZ 매니저는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시장에서 독일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현대차와 협력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을 같이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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