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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한 통계로…"기분좋은 소식" 소주성 홍보한 文정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취약계층 소득이 늘어난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소식이다. 특히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 증가에는 추경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2018년 2월22일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경기도지사)은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중치 조정해 가계소득 증가

 2018년 2월22일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2018년 2월22일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김 지사가 근거로 든 통계는 이날 발표된 2017년 4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다. 감사원이 15일 통계청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통계가 조작됐다고 밝힌 그 자료다. 2015년 이후 8분기 연속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감소하던 가계 실질소득은 2017년 4분기 플러스로 전환했다. 소득 1분위의 소득도 늘면서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4.61배로, 2016년(4.63배)보다 0.02배 하락하기도 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분배가 개선된다고 본다.

18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관계 경제부처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전년보다 감소하자 통계청은 통계상 가중치를 기존과 다르게 적용한다.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따로 가중값을 곱해 평균소득을 높였다. 이 방식은 2017년 4분기에도 쓰였다. 만일 가중치 적용 방식을 이전 2분기 이전처럼 할 경우 소득5분위배율이 높아지는(소득분배 악화) 것으로 조사됐다. 가중치를 이용해 이른바 ‘마사지’한 통계가 소득주도성장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계 분석 따로 맡기고 “소주성 효과”

소득주도성장 홍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18년 5월31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시장 내 근로자 임금은 다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크게 늘었다”며 “상용직도 많이 늘어나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는데 이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2018년 5월2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5월2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는 2018년 5월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 지표가 급격히 악화한 때다. 소득5분위배율이 다시 높아지자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계 자료를 건네받은 뒤 이를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임의로 제공했다는 게 감사원 조사 결과다. 가계 소득 분배가 악화한 상황에서 개인소득 분석을 외부 기관에 맡겨 '입맛에 맞는' 결과를 얻고자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의 긍정적 성과” 발언은 해당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청와대가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통계자료도 (연구원에게) 임의로 제공하고도 통계청장에게는 ‘노동연구원이 통계청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것’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제 2018년 6월 통계청은 “통계청이 국책연구기관에 자료를 제공했다”는 해명을 발표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효과 부풀리고, 해명 근거로 활용

2019년 10월 1년 전보다 비정규직이 87만명 늘어났다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는 전면에 나섰다. 불리한 통계에 대해서는 공표 전 통계청을 압박해 해명을 부풀리고, 이를 홍보에 활용하는 식이다. “통계청도 아주 이례적으로 이번 통계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구체적으로 35~50만명 정도까지 과대 추계가 됐을 거라고 발표했다”(황덕순 당시 청와대 일자리수석), “설문 변경 효과가 30만~50만명인데 그것 말고도 분석할 게 많다. (비정규직을) 정확하게 발라내지 못하는 통계다.”(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당시 나온 설명이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통계청은 비정규직 통계 발표 전부터 청와대와 협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통계청은 청와대에 “조사방식 변경으로 인한 비정규직 증가 추정치가 23.2만~36.8만명”이라고 보고했는데 보고 이후 보도자료엔 35만~50만명으로 담겼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최소 30만, 최대 50만이지요?”라며 구체적 숫자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35~50만명으로 부풀려진 숫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비정규직 증가에 대한 해명에 근거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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