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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둘러싼 한·일 기싸움이 문제? 中이 보는 한·미·일 협력 한계 [차이나 리포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8일 미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8일 미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미·일 관계를 중국은 어떻게 볼까? 3국 간의 서로 다른 이해 관계 때문에 협력은 제한적이며 특히 반중(反中) 전선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스스로 자신을 위안하는 분석일 수도 있겠지만, 한·미·일 3국 협력의 미래를 전망하는 중국의 사고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샹하오위(項昊宇)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6일 중국 시사지 『세계지식(世界知識)』에 기고한 칼럼 '미·일·한 동맹이 만든 캠프 데이비드 시각'을 통해 한·미·일 협력의 한계로 세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첫 번째는 한·일 간에 쌓인 앙금과 불신, 두 번째는 미국을 사이에 둔 한·일 간 경쟁, 세 번째는 중국에 대해 한·일과 미국이 서로 다른 이해를 갖고 있어 미국의 의도대로 반중 동맹이 만들어지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민족은 자존심이 강해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일본보다 조금이라도 못한 대우를 할 경우 한·미·일 3국 공조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샹하오위 연구원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관영 매체에 자주 등장해 한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국제문제 전문가다.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중국 학계의 시각 가운데 한 부분을 읽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샹 연구원의 기고 중 핵심 내용을 요약 번역해 소개한다.

미·일·한 동맹이 만든 캠프 데이비드 시각 
(美日韓同盟協作的“戴維營時刻”)

…중략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의 공식 안보 협약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3국 관계의 발전이 여전히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3자 협력에 대한 각국의 온도차가 여전하고, '미니 나토(小北约)' 식 3자 군사동맹 결성을 위한 명확한 계획도 아직 없기 때문이다. 향후 3국 협력은 많은 제약에 직면할 것이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양국은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앙금이 오랜 기간 누적돼 갈등이 수시로 불거진다. 이는 여전히 장기적으로 한·일 관계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국내 정치 분열이 심하고, 보수파와 진보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권 당시 타결했던 '위안부 합의'를 번복한 것과 유사한 일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 국민은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대해 맺힌 한(心存芥蒂)이 남아있는데, 특히 일본이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다시금 군사적으로 한반도에 마수를 뻗치지는 않을지 우려한다. 그래서 한국 국민 다수는 한·일이 동맹을 맺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한·미·일 3국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고위급 '핫라인' 구축에 합의하지 못한 이유는 한·일 양국의 신뢰 부족 때문이라며, 확장 억제 및 대북 사이버안보 정보 공유 등 구체적인 의제를 놓고도 한·일의 입장차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국 한겨레 신문은 사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를 무시하고 한·일 준동맹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한·일의 안보 관심사가 다른 만큼 일본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 차이는 한국의 적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한·미·일 공조에 북·중·러 견제라는 목적을 부여했지만, 미·일에 비해 한국은 중·러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않다. 한국이 미·일과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을 막고 억제하기 위함이고, 미·일의 힘을 빌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게 근본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위상으로 보나 외교적 노력으로 보나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 동맹보다 미·일 동맹이 훨씬 중요하다. 한민족은 자존심이 세서 늘 일본과 경쟁하려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공평하게 대우하지(一碗水端平) 않는다면, 이는 불시에 한국인들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3국 협력에 참여하는 한국의 적극성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과의 이해관계도 한·일과 미국 간에 차이가 있어 대중국 견제의 온도차가 명확하다. 미국은 중국을 '주요 전략적 경쟁자(首要戰略競爭對手)'라고 규정했기에 '중국 견제(遏華)'라는 한·미·일 3국 공조 추진의 지향점이 명확하다. 하지만 한·미·일 3국의 대중국 전략상 필요와 중국에 맞설 능력 및 동기 등은 각자 서로 다르다. 한·일 양국은 여전히 중국 시장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脫鉤斷鏈)'에 동조하는데 모순된 심리가 있다. 이익은 좇으면서도 피해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애쓰며,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에 대한 영향을 막으려 노력 중이다.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담의 기자회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위협'을 직접 거론했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을 대놓고 지목하진 않았다. 앞으로도 대중국 견제라는 의제에서 미국에 동조하는 한·일의 행보는 여전히 선택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며, 미국이 한·미·일 반중 동맹을 구축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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