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유대인 학살" 편지 발견…교황청 홀로코스트 알고도 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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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비오 12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재임했던 비오 12세는 나치 독일의 대량 학살에 침묵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AP=연합뉴스

교황 비오 12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재임했던 비오 12세는 나치 독일의 대량 학살에 침묵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AP=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신부가 나치 독일군이 유대인·폴란드인을 학살하고 있다며 교황 비오 12세에게 보낸 서신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교황청이 나치의 대량 학살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17일(현지시간) 교황청 문서보관고에 보관돼 있던 편지 사본을 공개했다.

이 편지는 나치 저항운동에 참여했던 독일 예수회 신부 로테어 쾨니히가 1942년 12월 14일에 작성해 교황 개인 비서로 일하던 로베르트 라이버 신부에게 보낸 것이다.

편지에는 당시 폴란드 땅이었던 라바 루스카 지역의 벨체크 수용소에서 매일 많게는 6000명의 유대인과 폴란드인이 독가스로 숨지고 있다는 사실이 쓰여 있었다.

벨체크 강제수용소가 운영되는 약 9개월간 살해당한 유대인은 43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티칸 문서보관고 연구원이자 기록물 학자인 지오바니 코코는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이 편지는 벨체크 수용소가 실제로는 ‘죽음의 공장’이었다는 정보를 바티칸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3월 2일 바티칸에 1944년 아르데아틴 동굴 학살 당시 처형된 사람들의 이름이 담긴 자료가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0년 3월 2일 바티칸에 1944년 아르데아틴 동굴 학살 당시 처형된 사람들의 이름이 담긴 자료가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재위했던 교황 비오 12세(1939~1958년 재임)는 나치 홀로코스트에 침묵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일부 유대인 단체와 역사가들은 비오 12세가 유대인 학살 계획을 알고도 나치 독일을 공산주의 확산을 막을 보루라고 여겨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황청은 비오 12세가 유대인이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을 우려해 조용히 조력했으며 성당과 수녀원 등에 유대인을 숨겨줄 것을 독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 교황의 비밀문서는 재위로부터 70년이 지나야 공개되지만, 바티칸이 지난 2020년 3월 비오 12세 재위 기간 중 작성된 비밀문서를 조기 공개하면서 학자들의 연구가 이뤄져 왔다.

최근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교황청 문서보관고에서 발견된 문서를 토대로 2차 대전 당시 가톨릭 교회가 로마에 있던 유대인 3200명을 나치 독일군으로부터 숨겨줬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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