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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고용률 사상 최고" 文 직접 꺼낸 반박 보고서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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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감사원이 발표한 전 정부의 집값·소득·고용 통계 조작이 정국을 강타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7일 “문재인 정부 고용률과 청년고용률이 사상 최고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근거로 인용한 보고서의 작성자는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소주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감사원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7~2021년 94회 이상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문재인 정부 인사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꺼내 든 반박 보고서가 실은 문재인 정부 직속 기구에서 소주성 정책을 담당한 인사의 주장이었던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14일 발행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김유선)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한다”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실제 문 전 대통령이 링크를 공유한 해당 보고서를 보면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23쪽짜리 페이퍼는 ▶‘고용률은 2022년 62.1%로 사상 최고치 갱신’ ▶‘2018년과 2019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 비중과 임금불평등을 축소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올리는데 긍정적 영향’ ▶‘주 52시간 상한제로 장시간 노동은 줄고 실노동시간은 단축’ 같은 평가로 가득찼다.

부정 평가는 ‘비정규직 규모는 2017년 843만명에서 2022년 900만명으로 57만명 증가했다’는 게 거의 유일한데, 그마저도 ‘코로나 위기로 증대된 불확실성에 기업이 비정규직 사용으로 대처한 점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공언한 ‘비정규직 제로(0)’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건 외부 요인 탓이란 얘기다.

이런 보고서를 쓴 김유선 이사장은 소주성 설계자인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후임으로 2020년 12월부터 문 전 대통령 퇴임 때까지 소주성특위 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김 이사장은 줄곧 소주성을 긍정 평가해온 대표적인 소주성 예찬론자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사진은 선임연구위원 시절인 2017년 4월 17일에 촬영. 중앙포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사진은 선임연구위원 시절인 2017년 4월 17일에 촬영. 중앙포토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건 잘못”(2021년 5월 송영길 대표)이란 내부 반성문이 쏟아지고, 지난 3·9 대선 때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후에도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평가와 과제: 소주성을 중심으로’(지난해 3월 30일)라는 토론회를 열어 ‘소주성이 경제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김 이사장의 주장과 달리 민주당은 지난해 8월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이란 문구를 삭제하며 발을 뺐다.

국민의힘 최현철 상근부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난데없이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하고선 자화자찬 중”이라며 “이제는 전 정부의 통계를 있는 그대로 믿을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고 논평했다. 이어 그는 “난데없는 자화자찬일랑 그만두고 국가의 근본을 뒤흔든 ‘통계 조작’에 대해 먼저 대답하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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