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연 작가 이수경 “유명 컬렉터 지그가 전시작 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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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6~9일 고양시 삼송동 수장고를 열고 해외 미술기관 관계자들을 만난 이수경 작가. [사진 페이지갤러리]

지난 6~9일 고양시 삼송동 수장고를 열고 해외 미술기관 관계자들을 만난 이수경 작가. [사진 페이지갤러리]

지난 6~9일 서울 코엑스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열리는 동안 행사장 못지않게 분주한 곳이 있었다. 전국 각지에 자리한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실이다. 이 기간에 한국을 찾은 해외 미술관·갤러리 관계자와 패트런(미술관 후원자)들은 일정을 쪼개 각각 관심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울리 지그. [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 [사진 페이지갤러리]

이 기간에 수장고를 개방한 작가도 있었다. 깨진 도자 조각을 이어 붙인 작품으로 유명한 이수경 작가다. 지난 6~9일 그는 경기도 고양시 삼송테크노밸리 안에 있는 수장고에서 작품 20여 점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컬렉터인 울리 지그(76·사진)가 골라준 작품들이었다. 이 작가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그 선생은 2008년 제 대형 회화를 구입한 이래 한국 방문 때마다 작업실을 찾았다”며 “그는 제가 그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작업하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해준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 6월 비무장지대(DMZ) 근처에 보관했던 작품 1500여 점을 이전하며 그와 서신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작품 선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앞서 지그 선생의 지원으로 18세기 이탈리아 도자 파편으로 작업했으며, 후에 이 작품은 카포디몬테 미술관에 소장됐다. 그는 작가의 예술 행보에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제겐 멘토와 같은 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수장고 전시는 제 작업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LA카운티 미술관(LACMA) 관계자 등 여러분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울리 지그가 직접 선정한 20점 중 하나인 ‘번역된 도자’ 신작. [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가 직접 선정한 20점 중 하나인 ‘번역된 도자’ 신작. [사진 페이지갤러리]

지그는 미술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중국 현대미술 수집가다. 중국에 갤러리나 딜러가 없던 시절 작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30여년간 작품을 모은 그는 2012년 작품 약 1500점을 홍콩 ‘엠플러스(M+) 뮤지엄’에 기증했다. 지그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 현대미술 현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 흐름을 읽게 하는 컬렉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세계에서 지금 중국 현대 미술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곳은 그곳(M+ 뮤지엄)뿐”이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4년간 중국·북한·몽골 주재 스위스 대사로 재직한 그는 한국 현대미술도 수집해왔다. 2021년에는 스위스 베른미술관에서 박서보·정상화·이세현 등 한국 현대 작가 14인의 작품 40여 점과 함께 북한 미술 7점을 소개했다.

이수경 작가의 작품 컬렉터이기도 한 그는 이번 수장고 전시를 위해 2012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현지 프로젝트를 위해 완성한 ‘가장 멋진 조각상 키이우, 우크라이나’와 2017년 DMZ 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인 ‘그곳에 있었다: DMZ 프로젝트 2017’ 등을 골랐다. 지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가의 변화한 내면이 잘 드러난 작품들 위주로 골랐다”며 “자신의 내적 자아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그(이수경)의 용기와 대범함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품 하나로는 작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그래서 저는 한 작가를 정해서 여러 작품을 소장한다”며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작가를 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수경은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 세르누치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여는 데 이어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그룹전에서 ‘달빛왕관’ 시리즈를 선보인다. 마시모 데 카를로 갤러리는 오는 11월 파리에서 이수경 개인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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