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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5조→20조 늘었는데, 총선 앞 또 퍼주기 법안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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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 정부의 기초연금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보다 9% 넘게 늘면서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4배 수준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국민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지급 구조상 고령화 심화로 재정 부담이 치솟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기초연금 예산으로 20조2000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기초연금은 처음 제도가 도입된 당시(2008년 기초노령연금) 10만원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대선을 치를 때마다 복지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20만원, 문재인 정부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기초연금액은 물가상승률만큼 해마다 늘어나는데, 내년 지급액은 올해(최대 32만2000원)보다 3.3% 오른 최대 33만4000원이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2014년 435만 명이었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내년엔 700만 명에 육박할 예정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기초연금 수급자가 2030년이면 914만 명, 2050년은 13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연구원은 기초연금 재정소요액이 2050년이면 125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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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의 지급 구조가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매년 소득과 재산·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기준액’을 정하는데, 월 소득인정액이 이보다 낮으면 기초연금을 받는다. 노령층 빈곤 문제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선정기준액이 매년 오르다 보니 소득이 적지 않은 노인에게도 돈이 지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예컨대 2014년엔 월 소득이 87만원 미만인 고령층만 기초연금을 받았는데 2023년엔 202만원 미만까지로 대상이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초연금제도 및 수급자 특성 변화 분석’ 보고서에서 “현행 제도대로 가면 정부 지원 필요성이 낮은 노인에게도 급여가 지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은 2015~2023년 연평균 10.2%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1·2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액 평균 증가율은 3.3~3.6%에 그쳤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평균 연금액 대비 기초연금액은 2014년 41.8%에서 올해 52.2%까지 오르는 등 그 격차가 꾸준히 줄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간 돈 한 푼 내지 않았는데도, 매달 국민연금을 낸 가입자가 받는 금액의 절반 이상을 받는다는 얘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 대상이 70%에 달하다 보니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기초연금을 받게 됐다”며 “지금 이대로는 결코 지속 가능한 제도가 아닌데도 정치권에선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이재명 후보 모두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일까지 국회에 계류된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총 23개다. 하나같이 기초연금을 더 주자는 내용이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기초연금 대상을 2026년까지 모든 고령층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런 법안이 3개에 달한다. 여당인 박형수 의원은 공무원연금·사학연금 수령자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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