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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톤 틴트 대박나자 연매출 800억, 롬앤이 입증한 덕후의 힘[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봄, 여름, 가을, 겨울…. 퍼스널 컬러는 성격 특징을 알려주는 MBTI처럼 나를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가 됐습니다. 화장품이나 옷을 살 때 퍼스널 컬러에 맞추는 건 기본이고, 상대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고려해 선물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고 해요. 이 퍼스널 컬러를 색조화장품에 적용해 대박이 난 코스메틱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화장품 덕후가 만든 아이패밀리에스씨 색조 브랜드 ‘롬앤’인데요. 기존엔 볼 수 없던 쿨톤 틴트와 다채로운 섀도 팔레트 등을 앞세워 성장하더니 작년엔 출시 7년 만에 연 매출 8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요즘엔 깐깐하다는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요.

롬앤의 성공 뒤엔 창립 당시부터 함께한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새롬씨가 있습니다. 브랜드 소개팅 이번엔 성공한 코스메틱 덕후(이하 ‘코덕')의 이야기입니다.

 롬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뷰티 블로거, 유튜버인 민새롬 씨. 사진 민새롬 인스타그램

롬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뷰티 블로거, 유튜버인 민새롬 씨. 사진 민새롬 인스타그램

왜 피부색은 모두 다를까? 색에 미친 미대생  

 퍼스널컬러에 맞는 제품 조합을 추천해주는 콘텐트. 사진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네이버 블로그

퍼스널컬러에 맞는 제품 조합을 추천해주는 콘텐트. 사진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네이버 블로그

민새롬씨가 과거 블로그 시절 올렸던 콘텐트 중 하나. 시중에 있는 색조 화장품을 퍼스널 컬러 분류법에 따라 그룹화했다. 사진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네이버 블로그

민새롬씨가 과거 블로그 시절 올렸던 콘텐트 중 하나. 시중에 있는 색조 화장품을 퍼스널 컬러 분류법에 따라 그룹화했다. 사진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네이버 블로그

민새롬씨는 2012년부터 ‘개코의 오픈 스튜디오’라는 블로그를 운영한 파워블로거였어요. 메이크업도 글로 배우던 시절. 그는 특유의 귀여운 손글씨로 다양한 화장법을 쉽게 설명해 인기를 끌었죠.

가장 독보적이었던 분야는 ‘색조 화장품 분석’이었어요. 퍼스널 컬러라는 개념도 알려지지 않았을 당시 코덕들에게 그는 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색조화장품이 다른지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신기하고 고마운 존재였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색은 자신과 사람들을 구분 짓는 가장 확실한 요소였대요.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20대 얼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도 ‘색’이었다고 해요.

"어떤 색감으로 화장해야 좋을까 고민하던 게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왜 친구에게 잘 어울리는 립스틱이 내겐 어울리지 않는 걸까?’, ‘사람마다 입술과 동공 색깔이 달라서가 아닐까’ 궁금한 게 너무 많았어요.”

‘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색이 다른 이유는 고유의 바탕색이 달라서가 아닐까.’ 이런 합리적 의심에 이르게 된 후 만나는 사람마다 팔을 걷어 피부색을 들여다봤다고 해요. 그러면서 같은 컬러라도 고유의 피부색에 따라 누군가는 뱉어내고 흡수하는 등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됐대요.

퍼스널 컬러가 알려진 지금이야 당연한 것으로 통하지만 빨강, 핑크, 주황색 틴트밖에 없던 그 시절엔 새로운 이론이었죠. 국내엔 관련 자료가 부족해 외국 서적을 찾아다니며 전문 자격증까지 땄다고 해요.

그의 덕력은 블로그 콘텐트에서도 묻어나요. 시중에 있는 색조 립스틱과 블러셔 등을 퍼스널 컬러 분류법에 따라 꼼꼼하게 분석하고, 그룹화해 색조합까지 추천했죠. 노하우가 담긴 메이크업 책도 출간했고요.

코덕이 만든 브랜드는 달랐다

 민새롬 씨가 운영중인 유튜브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채널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캡처

민새롬 씨가 운영중인 유튜브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채널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캡처

블로그 전성기 시절 그는 내로라하는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가장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지금 회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롬앤의 롬은 민새롬의 이름에서 가져왔어요. 공식 직함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데 기획부터 제형, 마케팅 전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의 덕력은 롬앤에서 가장 빛을 발했습니다. 롬앤은 웜톤 일색의 한국 색조 시장을 다변화하고 퍼스널 컬러 조합에 맞는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어찌 보면 이건 민새롬 씨가 블로그 시절부터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제품에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10년 전 인기 끌었던 에뛰드 하우스의 틴트. 사진 에뛰드 하우스

10년 전 인기 끌었던 에뛰드 하우스의 틴트. 사진 에뛰드 하우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색조시장엔 극단적이고 쨍한 색만 있었어요. 분명 그 중간에 있는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색이 있는데도 말예요. 아쉬운 마음에 방에서 혼자 컨실러를 섞어보고 립스틱을 섞어가며 직접 색을 만들곤 했죠. 지금은 롬앤 틴트만 100종류가 넘으니 꿈을 이룬 거죠.”

그는 롬앤의 성공 비결로 ‘팬들과 소통’을 꼽았어요. 창업 초기 위기 때 롬앤을 살린 건 팬들이었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오픈빨이 끝나고 추후 아이템이 없어 너무 막막했어요. 블로그 하던 때처럼 사람들에게 그냥 물었어요. ‘이제 롬앤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경제적 보상이 없는데도 1700명의 사람은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줬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화장품 단가를 낮췄고, 기존에 없던 다양한 쿨톤 틴트를 내놨어요. 롬앤의 사무실 곳곳에는 ‘감이 떨어지면 소비자 말을 듣자’는 슬로건이 있어요.”

이제 화장품 말고 덕후를 덕질해요

롬앤이 최근 선보인 코덕을 위한 플랫폼 코덕 하우스. 사진 롬앤 홈페이지

롬앤이 최근 선보인 코덕을 위한 플랫폼 코덕 하우스. 사진 롬앤 홈페이지

브랜드 창립 7년 차. 민새롬은 더는 화장품 덕후가 아니라고 했어요. 몇 달 어렵게 모은 돈으로 산 섀도 팔레트 하나에 행복해하던, 비싼 외국산 립스틱을 친구들과 낚싯줄로 소분해 나눠 갖던 그 시절 민새롬은 아쉽게도 사라졌다는 거예요.

요즘 빠져있는 건 과거의 그를 떠올리게 하는, 아니 자신보다 더 무섭다는 요즘 코덕들이에요. 덕후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무언가에 진심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최근엔 덕후들이 직접 색조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코덕 하우스(이하 ‘코하’)’를 만들었어요. 코덕들은 이곳에서 화장품 경험담을 풀고, 어떤 색조가 나오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들의 의견이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롬앤이 돕는다는 겁니다. 제조공장을 연결해주고 마케팅까지 도와주기도 합니다. 민 씨가 수년에 거쳐 이룬 화장품 개발의 꿈이 코하에서는 보다 쉽게 실현되는 거죠.

자신이 그러했듯 덕후가 세상이 바꿀 거라는 믿음, 덕후들을 존중하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죠.

“덕후들은 그저 좋아하는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순수한 열정이 있어요. 이 순수함이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K뷰티를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성공한 덕후로서 이제는 차세대 덕후들이 원하는 것, 재밌어 할만한 것을 주고 싶어요. 이제는 덕후들을 덕질하는 셈이죠.”

비크닉 유튜브( https://youtu.be/eHUhN8jpjRk?si=yD91q9lYuGHGBLgS)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비크닉 유튜브( https://youtu.be/eHUhN8jpjRk?si=yD91q9lYuGHGBLgS)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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