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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왜 직접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의 모습. 길이 172m, 너비 32.2m, 높이 16.8m다. 사진 HD현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의 모습. 길이 172m, 너비 32.2m, 높이 16.8m다. 사진 HD현대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글로벌 조선·해운 시장에서 ‘친환경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각국의 환경 규제에 선제 대응해 시장·기술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HD현대는 정기선 사장이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1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로라 머스크호’ 명명식에 참석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선박은 세계 2위 해운사인 AP몰러-머스크(머스크)가 HD현대에 발주한 19척의 메탄올 추진선 중 가장 먼저 건조됐다.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 운반선이다. 앞서 머스크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메탄올 추진선 도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로라 머스크호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를 마친 뒤 지난 7월 덴마크로 출발했다. 이후 약 2개월, 2만1500㎞의 항해 끝에 13일(현지시간)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머스크가 ‘해운의 새 시대를 연다’는 의미에서 명명식을 본사 소재지에서 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사장도 코펜하겐을 찾은 것이다. 이날 열린 명명식에는 정 사장과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머스크 이사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배 이름은 머스크 창업주의 아버지인 피터 머스크 몰러가 샀던 첫 번째 증기선(‘로라호’)에서 따왔다. 뱃머리와 선체에는 ‘제로(탄소중립)로 가는 길(All the Way to Zero)’이라는 슬로건을 새겼다. 머스크와 HD현대의 오랜 인연도 눈길을 끌었다. 두 회사는 1987년 25만4000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 계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13억 달러(약 15조200억원) 규모, 123척의 선박 계약을 체결했다. 정 사장은 이날 “로라 머스크호가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기술 개발로 그린오션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맨오른쪽)과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머스크 의장(오른쪽에서 둘째),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넷째) 등 관계자들이 13일(현지시간) 로라 머스크호 명명식이 끝난 뒤 선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정기선 HD현대 사장(맨오른쪽)과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머스크 의장(오른쪽에서 둘째),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넷째) 등 관계자들이 13일(현지시간) 로라 머스크호 명명식이 끝난 뒤 선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정기선 HD현대 사장(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머스크 본사에서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의장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사진 HD현대

정기선 HD현대 사장(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머스크 본사에서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의장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사진 HD현대

조선 업계에서 친환경 선박 건조 경쟁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돼 가고 있다.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는 최근 당초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08년 대비 50%까지 줄이기로 했던 계획을 100%로 높이는 데 합의했다. 그만큼 친환경 연료·엔진 기술 도입이 중요해진 것이다. HD현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43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친환경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업체로 꼽힌다.

한편 정 사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코펜하겐에 있는 만에너지솔루션을 찾아 연구개발(R&D) 설비를 둘러보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이 회사와 친환경 암모니아 추진 엔진을 공동 개발 중이다. HD현대 측은 “정 사장이 직접 덴마크 머스크 본사 등을 방문한 건 그만큼 친환경 선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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