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PD수첩' 대선 전날 "섬뜩한 악의 느껴졌다"…MBC 내부 폭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대 대선 전날 PD수첩 방송은 미디어를 악용한 부정선거나 다름없었다.”

지난 11일 보수 성향의 MBC 노동조합(3노조)은 성명을 통해 “방치하면 다음 선거 때도 PD수첩의 작가와 PD들이 똑같은 짓을 반복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 대선 직전 PD수첩 방송에서 편파·왜곡 보도가 있었다는 MBC 내부의 자성 목소리였다.

제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 방송된 PD수첩.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란 주제로 방영됐다. 사진 MBC 캡처

제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 방송된 PD수첩.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란 주제로 방영됐다. 사진 MBC 캡처

당시 방송분은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란 제목으로 방영됐다. 진행자는 방송을 시작하며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집중 점검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 방송에 들어가기 전 각 진영의 후보 단일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는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단일화 설명엔 30초가량,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과정엔 4분가량을 할애했다.

시간상으론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 더 많은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은 천양지차였다. ‘이재명-김동연’ 단일화를 설명할 때 두 후보가 웃으며 손을 잡거나, 대화하는 모습만 보도됐다. 반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과정을 보여줄 땐 안 후보가 과거 윤 후보를 강하게 비판한 발언이나, 토론 과정에서 윤 후보 대답에 안 후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교차 편집돼 방송됐다.

또 ‘이재명-김동연’ 단일화에 대해선 상대 진영의 반응은 전혀 소개하지 않은 반면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엔 대해선 우상호 당시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의 비판과 이를 역비판하는 국민의힘 측의 입장을 담았다. 당시 우 본부장은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 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국민들에게 밝힐 수 없는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3노조는 “섬뜩한 악의가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제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 PD수첩 방영 내용.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눈물을 훔치며 유세하고 있다. 사진 MBC 캡처

제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 PD수첩 방영 내용.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눈물을 훔치며 유세하고 있다. 사진 MBC 캡처

PD수첩은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함께 TV토론에서 나온 각 후보의 발언을 전수 분석했다면서 이 후보에겐 “거래의 리더십”, 윤 후보에겐 “응징의 리더십”이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는 이 후보가 ‘거래 리더십’이 있다고 분석한 이유에 대해선 “본인이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어필하고 있다”며 “어떤 난관이 있을 때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결국 상대방한테 무언가를 내놓는 것이다. (이 후보가) 거국 내각을 만들자, 통합정부를 구성하자 손 내미는 것도 문제 해결을 하는 수단으로 거래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제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 PD수첩 방영 내용.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유세장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MBC 캡처

제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 PD수첩 방영 내용.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유세장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MBC 캡처

반면 윤 후보의 ‘응징 리더십’ 이유론 “검사의 정체성이 결국 피의자인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치하면서도 동일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며 “응징의 대상이 대외적으론 북한, 대내적으론 민주당 정부 인사들이 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고 했다.

이외에도 3노조는 대선 전날 PD수첩 방송분의 왜곡 사례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녹음 재생 ▶부동산 정책 비교 당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언급 전무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3노조는 “더는 공영방송이 특정 정치세력의 선거운동 도구로 추락해선 안 된다. 반드시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MBC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