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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젠 AI’ 혁명 이끌 아웃라이어와 글로벌 혁신 자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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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호 31면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생성형 인공지능을 영어로 줄여서 ‘젠 AI’라고 한다. 오픈 AI의 챗GPT가 뜨면서 누구나 쓰게 된 새로운 용어다. 역사적으로 젠 AI와 같은 획기적 변화는 모범생보다는 용감한 아웃라이어가 이끈다. 대학 중퇴자인 38세의 샘 알트만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오픈 AI CEO로서 챗GPT가 세계적 관심을 끌도록 개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파트너로 끌어들여 오픈 AI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자금 문제를 해결했다. 알트만의 오픈 AI가 치고 나가자 구글 알파벳,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형언어모델(LLM)과 자체 응용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젠 AI 연구에서 가장 앞선 저력을 가진 알파벳이 얼마나 빨리 쫓아올지 오픈 AI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는 지금 젠 AI 개발 열풍
젠 AI 스타트업 경쟁은 인재 경쟁
핵심인재 유치 비용 만만치 않아
글로벌 혁신 자본 만들어 대응해야

선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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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진정한 적은 새로 생겨나는 스타트업들이다. 젠 AI의 진앙지인 실리콘밸리의 혁신 자본가들은 이 기술이 펼쳐 낼 새로운 세상의 빈 공간을 이미 스스로의 관성에 길들여진 구글 알파벳과 같은 대기업만들로 채우지 못할 것을 안다.

지속되는 금리 인상,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관성에서 자유로운 젠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발굴해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전례 없는 속도로 투자하고 있다. 스타트업 정보회사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미국의 젠 AI 스타트업 투자는 230억 달러에 달한다. AI가 아닌 부문의 투자는 670억 달러다. 미국 전체 스타트업 투자 900억 달러 중 4분의 1이 젠 AI 투자인 것이다.

젠 AI 스타트업 경쟁은 인재 경쟁이다. 젠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경험과 전략, 후원자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달라진다.

지난 6월 말 인플렉션 AI는 ‘모두를 위한 개인용 AI’ 챗봇 비전을 가지고 13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카렌 사이모니언이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만과 함께 설립한 이 회사는 2022년 5월 2억2500만 달러의 시드 펀딩을 받았다. 두 차례 합쳐서 모두 15억2500만 달러(약 2조원)의 펀딩을 받았으며 현재 가치는 40억 달러다. Pi라는 이름의 챗봇은 SNS나 메신저를 통해 대화로 여행 계획 등 개인의 일상 문제를 풀어 주는 에이전트다.

젠 AI 스타트업의 투자 규모가 큰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100명 정도인 젠 AI 핵심인재의 유치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LLM 모델을 학습하기 위한 컴퓨팅 비용이 벤처 펀딩의 50~8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플렉션 AI는 클라우드 회사인 MS와 AI 컴퓨팅 회사 NVIDIA를 투자자로 확보했다. 특히 인플렉션 AI는 LLM 학습에 필수적인 NVIDIA의 최신 H100 GPU 약 2만2000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전 세계적인 젠 AI 경쟁 때문에 돈이 있어도 NVIDIA GPU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NVIDIA는 젠 AI 스타트업이 끌어들이고 싶은 전략적 투자자다. NVIDIA와 MS외에도 빌 게이츠와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가 개인적으로 인플렉션 AI에 투자했다.

지난 6월에는 또 실리콘밸리의 라이트스피드 벤처가 주도해 설립한 지 4주밖에 안 된 프랑스의 미스트랄 AI에 1억1300만 달러(약 1500억원)의 파격적인 시드 투자가 이루어졌다.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의 젊은 연구원 아서 멘치와 티모시 라크루아, 기욤 램플이 창업한 회사다. 세 창업자의 구글과 메타에서의 LLM 연구개발 경력과 유럽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공지능 컴플라이언스를 지키기 위한 ‘투명한’ 화이트 박스형 LLM을 개발하겠다는 7페이지의 전략 메모만으로 투자를 받은 것이다. 프랑스 디지털 장관을 지낸 한국계 ‘세드릭 오’도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다.

미스트랄 AI 창업자들은 유럽의 많은 AI 연구자들이 젠 AI 기술 발전에 기여했지만 유럽에는 마땅한 젠 AI 기업이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유럽 자체의 개방형 젠 AI 플랫폼을 만들어 유럽의 산업 진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의 자비에 니엘, 독일의 라 파미글리아, 이탈리아의 엑소 벤처스, 벨기에의 소피노, 영국 퍼스트 미닛 캐피탈 등 유럽 지역의 벤처 자본이 대거 참여했다. 또 프랑스의 비피아이파이낸스와 에릭 슈미트도 주주로 참여했다.

이처럼 수많은 젠 AI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벤처 투자를 받고 있다. 빠르게 성장한 이 생태계에서 언제 어떤 스타트업이 어떤 기발한 혁신을 만들지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젠 AI같이 승자 독식 분야에서 미국, 중국 다음은 우리라고 주장하는 일부의 국수주의적 사고는 전략적 사고와 거리가 멀다. 혁신을 선도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뛰고 협력하는 것만이 우리가 세계를 앞서가는 유일한 길이다.

젠 AI와 같은 큰 변화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려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의 기본은 물론 국가적으로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흩어진 혁신 자본을 하나로 모아 글로벌 혁신 자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서 우리의 벤처, 중견 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생긴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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