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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바닐라향 가득 크로아상, 계절별 다양한 케이크 달달하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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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호 24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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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고소한 버터 냄새에 이끌려 다양한 식기류와 빵이 전시된 유리창 옆 문을 밀고 들어서면, 프랑스어 인사가 귓전을 울리는 이곳은 양재동에 위치한 프랑스 빵집 ‘크레미엘’(사진1)이다. 양재천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곁에 있어 봄가을이면 특히나 더 붐빈다. 매일 오는 동네 주민 외에도, 이곳에서 한아름 산 빵과 커피를 손에 들고 소풍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남편 미카엘 메뇽-보에아와 한국인 아내 지수정 파티시에는 케이크 등 달달한 디저트를 만드는 제과 전문가지만 크레미엘에선 크로아상(사진2), 뺑 오 쇼콜라, 퀸아망 등의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 버터·달걀·밀가루로 반죽하고 발효해서 바삭한 식감을 살린 빵) 위주로 선보인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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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몬드 크로아상이 인기 메뉴다. 아몬드 크로아상은 일반 크로아상을 굽고 하루가 지나 수분이 조금 날아간 상태에서 만들어야 풍미가 더 좋다. 겉이 살짝 마른 크로아상을 반으로 잘라서 다크 럼과 바닐라 빈 등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만든 시럽에 촉촉하게 적신 후, 아몬드 크림을 짜서 넣고 다시 한 번 구워낸다.

부부가 달달한 디저트를 아예 젖혀둔 건 아니다. 오히려 계절별 특별 메뉴로 다양한 케이크를 준비하면서 디저트에 대한 욕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봄처럼 상큼한 레몬타르트를 준비했고, 곧 다가오는 가을에는 제철 밤을 사용한 몽블랑을 선보인다. 몽블랑 위에는 초콜릿으로 만든 흰 버섯을 올려 계절감을 한껏 살릴 예정이다.

두 사람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수셰프와 막내 직원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두바이·런던·라스베이거스·뉴욕 등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리츠칼튼, 리츠, 원앤온리 등 큰 호텔과 리조트에서 디저트를 만들며 가정을 꾸렸다. 뉴욕에서 둘만의 디저트 가게를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한국행을 결정했다.

호텔에 속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식사의 마지막 코스로 디저트를 준비할 때, 맛 못지 않게 얼마나 예쁘게 만들어서 접시에 올리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크레미엘에서도 모든 제품의 디자인에 신중하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음해 같은 계절에 팔자고 출시를 미뤄둔 케이크가 수없이 많다.

1월엔 프랑스 명절인 주현절을 기념하며 먹는 갈레트 데 루아라는 바삭한 아몬드파이를 준비하고, 발렌타인데이에는 초콜릿 트러플, 부활절에는 달걀 모양 초콜릿, 할로윈엔 유령 모양의 브라우니, 그리고 크리스마스엔 슈톨렌을 선보인다.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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