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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는다, 한주 더 마이너스로"…文정부 집값 통계 94회 조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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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의 실체는 적나라했다.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7년 6월부터 4년여간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집값 통계를 조작한 것은 최소 94회에 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초부터 청와대 정책실은 부동산원에 1주일마다 나오는 주간 집값 변동률 ‘확정치’가 아닌 ‘주중치’와 ‘속보치’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부동산원은 12차례에 걸쳐 주중 조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거절해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70주간 조사 없이 임의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산정했다. 감사원은 이를 통계법 위반으로 본다.

청와대와 국토부의 통계 조작 지시는 전방위적이었다. 우선 시장 상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조작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2018년 8월 24일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으로 8월 4주차 서울 매매 주중치가 0.67%로 높게 보고되자, 청와대는 부동산원에 속보치와 확정치를 낮추라고 지시했다.

8월 26일 ‘통개발’ 보류에 이어 발표도 되지 않은 8·27 대책을 통계에 반영해달라고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 거냐”며 부동산원을 질책했고,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주중치 0.67%에서 0.45%로 낮췄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이 지난 2020년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이 지난 2020년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조작한 정황도 적지 않았다. 2019년 6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집값 하락세가 멈추자 국토부는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는다” “보합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며 부동산원을 압박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확정치를 보합(0%)에서 -0.01%로 바꿨다. 이후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국토부는 그해 7월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옛 한국부동산원)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 반발을 우려해 통계를 조작하기도 했다. 2020년 6월 6·17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서울 집값이 오르자, 청와대는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며 국토부를 압박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7%에서 0.06%로 낮췄다. 이후 7·10 대책까지 내놨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자 청와대는 “주택정책과장은 뭐하는 거냐”며 국토부를 질책했고, 국토부도 부동산원에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변동률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부동산원은 0.12%였던 서울 집값 상승률을 0.09%로 낮췄다.

2020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김현미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 상승률이 11%”라고 답변한 데 대해 비난 여론이 일자,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적극적으로 감정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그렇게 소극적으로 합니까”라며 국토부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런 노골적인 통계 조작으로 2017년 5월 이후 5년간 부동산원과 다른 민간 기관 간 집값 통계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이 기간 KB국민은행은 서울의 주택 상승률을 62.2%로 집계한 반면, 부동산원은 이에 절반도 되지 않는 19.46%로 조사했다.

2008~2012년 당시 0.4%포인트에 불과했던 두 통계 간 평균 격차도 2017년 이후 15.2%포인트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약 38배가 증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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