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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아반떼 세금이 테슬라 2.2배…개편하자니 환경이 걸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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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자동차는 배기량(cc)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그렇다 보니 값비싼 전기차나 수입차가 국산 차보다 자동차세를 훨씬 적게 내기도 한다. 정부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이런 문제를 가진 자동차세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50여년 만에 ‘대수술’인 만큼 따져볼 부분이 많다.

대통령실은 13일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기도록 규정한 지방세법에 대해 부과 기준을 차 가격 등으로 바꾸는 식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권고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 기준 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에 따르면 총투표수(1693표) 중 86%(1454표)가 자동차세 개선에 찬성했다. 앞서 국민토론에서 진행한 ‘KBS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등 안건이 모두 찬성 여론을 근거로 정부 정책에 반영된 만큼 자동차세 개편도 시간문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자동차세는 1968년 도입했다. 1991년부터 전체 차량에 대해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환경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할수록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취지에서다. 2010년부터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과세 기준을 세분화했다. 현재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따라 영업용은 cc당 18~24원, 비영업용은 80~200원을 부과한다.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해 정액 13만원(교육세 포함)을 매긴다.

자동차세를 처음 설계할 땐 배기량에 비례해 차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배기량이 적어도 성능이 좋은 차가 늘었다.

최근 자동차세 논란이 불붙은 건 전기차가 확산하면서다. ‘차 가격은 비싼데 세금은 싼’ 모순이 부쩍 늘었다. 예를 들어 준대형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S(1억1525만~1억2554만원)의 자동차세가 13만원인데, 동급인 제네시스 G80 3.5(6211만원)는 90만2200원인 식이다. 체급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테슬라 모델X(1억2875만~1억4135만원)도 역시 전기차인 만큼 자동차세가 13만원이다. 반면 준중형차인 아반떼 1.6(1975만~2691만원)의 자동차세는 29만820원으로 두배 이상이다.

‘세수(국세 수입) 부족’도 정부가 자동차세 개편에 나선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비영업용 승용차에 대한 자동차세는 4조3866억원이다. 전기차 보급률을 고려하면 2050년 세수는 3조258억원으로 줄어든다. 자동차 업계는 신차를 출시하며 차량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없다. 차 가격에 따라 자동차세를 매기는 식의 개편이 곧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기차 세금만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친환경차 확대 정책과 충돌한다.

미국은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긴다. 대형차가 많아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길 경우 일본·유럽 차 대비 불리해서다. 환경을 중시하는 독일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경차 대국’ 일본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되 경차에 인센티브를 많이 준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동차는 환경 오염과 도로 유지·보수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오직 가격 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자동차 가격과 연비,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 오염 영향을 함께 반영하도록 자동차세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장은 “차 가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합해 과세 기준으로 삼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는 ‘중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면 현행 체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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