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내년 건강보험료를 약 1%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무장 병원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건강보험은) 수입과 지출이 항상 문제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면 되지만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보험료는 감당해야 하고 지출에 대해선 엄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묻자 “1% 인상은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만에 하나 동결되면 적자는 불가피하다. 예전에 한 번 동결된 적이 있는데 그 해는 괜찮은데 그다음 해에는 당장 2%를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12조 정도 국고 지원이 들어와서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는데 당장은 실현이 불가하겠지만 건보 재원이 홀로서기가 돼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사무장 병원 등을 통한) 부당 청구액이 3조4000억원인데 그 중 회수된 게 2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특사경 없이는 손실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 지출 구조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특사경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특사경 도입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의원들도 의견이 갈린다.
정 이사장은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줄이는 것도 건보 재정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판단으로 돌아가실 분인데 연명 치료 하는 분이 한두 분이 아니다. 40세 이상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잘 받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공단 직원의 40억여원 횡령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환수할 수 있는 부분은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전주에서 건보료를 약 5년 체납하는 등 생활고를 겪다 사망한 40대 여성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 사건을 보면서 왜 우리는 못 찾았을까 생각했다”면서도 “아예 주소가 확실치 않은 것 같았다. 너무 어려운 분들은 건보료를 안 받는 제도가 있는데 더 보완할 사항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설명했다. 현재룡 기획상임이사는 “어쨌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은 맞다”며 “퇴직자나 노인분들을 활용해서 건보료가 오래 연체된 분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