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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뒷전된 금융 법안…한달 뒤 일몰 '워크아웃법' 연장 무산 우려

중앙일보

입력

금융당국의 중점 추진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 여파로 금융 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쟁에 밀려 자칫 입법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4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구조촉진법(기촉법)이 한 달 뒤 효력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일몰(10월 15일)을 한 달 앞두고 있는데 국회 내에서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해서다. 관련 논의를 해야 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2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기로 했는데, 해당 일정이 당일 취소됐다.

기촉법은 기업 구조조정 수단인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법이다. 이 법을 통해 경영 상황이 나빠진 기업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나오며  2001년에 처음 제정됐다. 그간 다섯 차례 연장됐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둔화와 물가·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은 이자 상환이 어려워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기촉법 연장 필요성을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실징후 기업 수는 2020년 157개에서 지난해 185개로 이미 증가세다. 하지만 일몰 시한이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아 워크아웃 공백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자율협약)으로 워크아웃을 대체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조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 역시 국회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안정계정 도입 방안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뒤 여태 계류 중이다. 금융안정계정은 예금보험공사 기금을 통해 자금난에 처한 금융회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지난 3월 ‘디지털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에 따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빚어지며 도입 주장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여야 정쟁 격화로 관련 논의는 뒷순위에 밀려있는 상태다.

개인 채무자의 연체이자 및 추심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개인채무자보호법과 비상장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법(자본시장법 개정안) 역시 국회에 묶인 채 관심밖으로 밀린 모양새다. 향후 국정감사와 같은 일정을 고려하면 금융 관련 법안 논의 진척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고금리에 실물 경기 부진으로 금융 상황이 녹록지 않다”라며 “정치적 쟁점이 크지 않은 금융 관련 법안은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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