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에 빅테크 CEO 20명 총출동…"AI 규제 공감대 형성"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규제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AI 규제 관련 법률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주요 빅테크 기업 수장들을 초청한 자리에서다.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AI 인사이트 포럼’이란 모임을 비공개로 열고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상징성이 높은 빅테크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과 AI의 발전 방향과 규제 필요성을 논의했다.

13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CEO들. 왼쪽 위부터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빌 게이츠 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AFP=연합뉴스

이날 회의에는 생성형 AI의 대표주자인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엔비디아의 젠슨 황,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MS의 사티아 나델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미국을 이끄는 빅테크 CEO 20명이 총출동했다. 또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례 없는 자리"라면서 "이들은 회의장 중앙의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동석한 60명 이상의 미 상원의원과 정부 관계자, 노동계 대표 등과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임을 주최한 슈머 원내대표가 "정부가 AI 규제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라는 화두를 던지자, 대부분의 CEO들이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손을 들었다고 당시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머스크는 이날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AI 규제 도입에 대해) 압도적인 공감대(overwhelming consensus)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의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이번 회의에서 "(AI 산업에) 심판이 필요하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AI 담당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가 악용되면 ‘문명적 위험(civilizational risk)’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AI 규제에 동의하면서도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규제) 모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AI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나서서 표준을 설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척 슈머(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가 미 의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한 후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슈머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AI 규제 관련 법안이) 몇 달 안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만든 딥페이크(deep fake) 사진과 동영상, 가짜 음성 등이 미 대선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을 너무 빨리 진행하면 망칠 수 있다”며 “(먼저 AI 규제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은 너무 빨리 가서 이제 그들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