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복적 연락시 처벌" 경고 음성...스토킹범 멈칫 할 아이디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6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6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뉴스1

“이런 사건이 현장에서 사라지기를.”

14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는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쪽지가 전시돼 있었다. 직장갑질119,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지난 4일부터 이 자리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사건 1년이 지났지만,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회사 여성 동료에게 1000통 넘는 부재중 전화를 남긴 50대 남성을 스토킹 처벌법으로 구속했다. 남성은 지난 5월, 같은 회사에 다니던 50대 여성과 결별한 이후 "만나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남겼다. 한 달 만에 1000통에 가까운 메시지가 오자 참다못한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022년 7937건이었다. 2023년에는 1~7월 48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호원과 서울시 공무원이 13일 오후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고위험 민간경호 서비스 현장 시연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신당역 스토킹 사건 1주년을 계기로 피해자 일상 회복과 지원을 위한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 사업단'을 출범했다. 시는 가해자 격리나 피해자 은폐가 어려운 고위험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에게 2인 1조 민간경호 서비스를 지원한다. 연합뉴스

경호원과 서울시 공무원이 13일 오후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고위험 민간경호 서비스 현장 시연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신당역 스토킹 사건 1주년을 계기로 피해자 일상 회복과 지원을 위한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 사업단'을 출범했다. 시는 가해자 격리나 피해자 은폐가 어려운 고위험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에게 2인 1조 민간경호 서비스를 지원한다. 연합뉴스

스토킹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서울 성동구에 거주 중인 30대 여성 A씨는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계속해서 전화가 온다"며 경찰을 찾았다. 경찰은 해당 사건이 스토킹 사건이라 인지하고 사건접수를 권했으나 A씨는 "상대가 보복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쉽게 사건접수를 결심하지 못했다. A씨는 스토킹전담 경찰로부터 “스토킹 신고 시 안전조치 물품(집 안 CCTV, 스마트워치 포함)을 받을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스토킹 사건 접수에 동의했다.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에서도 대안을 마련 중이다. 13일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신당역 사건 1주기를 맞아 스토킹 피해자에게 원스톱 지원 체계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법률, 심리, 의료 지원을 1대 1 맞춤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최근 스토킹 가해자들에 대한 경고성 컬러링 서비스 시행을 예고했다. 접근 금지 처분을 받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 경우 컬러링으로 "반복적인 연락 시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자동음성으로 제공되는 식이다. 아이디어를 낸 성동경찰서 소속 스토킹 전담 경찰 최경선(46) 경위는 “스토킹 범죄는 살인 등 강력 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며 “수사기관의 사전 경고가 현장에서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서비스 도입이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를 연인 간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고 넘기는 게 범죄가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라며 "누군가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행위 자체가 범죄임을 공식 기관 혹은 주변에서 어린 시절부터 인지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9월 14일, 전주환(32)이 서울교통공사에 근무하던 20대 여성 동료를 신당역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전 씨는 자신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여성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2심 법원은 지난 7월 전씨에게 무기 징형을 선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