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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맞아?" 침착, 담대한 아기호랑이 윤영철

중앙일보

입력

KIA 타이거즈 투수 윤영철. 광주=김효경 기자

KIA 타이거즈 투수 윤영철. 광주=김효경 기자

스무 살 같지 않은 침착함과 담대함이 느껴진다. 윤영철(19·KIA 타이거즈)이 빠른 공이 전부가 아니란 걸 보여주며 신인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윤영철은 프로에 오기 전부터 화제의 선수였다. JTBC 예능 '최강야구'에 출연해 베테랑 타자들을 상대로 멋진 투구를 펼쳐서다.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30㎞대지만 뛰어난 제구와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안정감이 특출났다. 덕분에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들을 제치고, 2023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됐다.

KIA의 선택은 옳았다. 윤영철은 스프링캠프에서 금세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당당히 개막 이후 선발진에 포함됐고,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21경기에 나가 거둔 성적은 8승 6패 평균자책점 4.19.

KIA 구단 관계자는 "스무 살 같지 않은 친구"라고 귀띔했다. 팬들은 야구에 대한 태도, 논리정연한 말솜씨를 보며 "인생 2회차"라고 감탄한다. 윤영철은 "긴장을 하긴 한다. 하지만 티를 내면 안 된다. 기죽어 있어도 그런 모습 보이거나 불안해 하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재밌게 던지려고 했다. 잘못 던져도 내 경험이니까"라고 평상심의 비결을 말했다.

KIA 투수 윤영철. 연합뉴스

KIA 투수 윤영철. 연합뉴스

윤영철은 시범경기에서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를 상대했다. 중전안타를 맞은 윤영철은 씩 웃었다. 정규시즌에도 이정후를 만나 아쉬운 결과(3타수 2안타 2볼넷)를 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실망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승부했다.

윤영철은 "실투도 할 수 있고, 맞을 수도 있다. 당장은 아쉽지만, 그런 타자를 상대하는 것도 경험"이라며 "마운드에서 타자를 만나면 다 똑같은 선수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경기 뒤에는 '어떻게 저 타자를 잡았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웃었다.

선발투수라면 누구나 10승을 생각한다. 고졸 신인 10승은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윤영철은 차분했다. 그는 "10승에 큰 욕심이 없다. 7승을 따냈을 때 10승을 생각하니 몸에 힘이 들어가고 경기 내용도 안 좋아졌다"며 "나보다 잘 던져도 승리가 적은 투수도 있다. 승리는 동료들의 도움과 운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KIA 투수 윤영철. 연합뉴스

KIA 투수 윤영철. 연합뉴스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많은 관중이다. 평소와 달리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긴장한다. 하지만 윤영철은 즐긴다. 그는 "청소년 대표팀 때 최강야구 경기를 했다. 그때 1만6000명이 왔다. 처음 관중 앞에서 경기를 했는데, 내가 하는 야구를 재밌게 봐주셔서 좋았다. 덕분에 프로에 와서도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윤영철을 1군 선발 경쟁에 살아남을까'란 의문을 가졌다. 양현종, 이의리 두 국내파 선발이 모두 좌완이기 때문이다. 윤영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왼손투수가 많은데 내가 여기서 잘 할 수 있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길 잘했다.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공부가 싫어 야구를 시작했다"는 윤영철이지만 야구에 대한 학습의지는 대단하다. 그는 "체인지업은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연습했다. 슬라이더는 전지훈련 때 이준영 선배와 캐치볼을 하면서 너무 좋아 던지는 방법을 물어봤다. 처음엔 잘 통하다 나빠지면서 내 스타일에 맞게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터널링(두 구종의 궤적을 비슷하게 만들어 타자가 분간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도 착실하게 연구했다. 그는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와 슬라이더를 각각 묶어 비슷한 느낌으로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왼손타자에게도 한두개씩 체인지업을 던진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직구, 슬라이더, 커브)만 던지면 단조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IA 투수 윤영철. 연합뉴스

KIA 투수 윤영철. 연합뉴스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는 한화 이글스 문동주(20)의 독주 체제다. 지난해 프로에 뛰어든 문동주는 28과 3분의2이닝만 소화해 신인왕 자격이 있다. 2년차를 맞이해 급성장한 문동주는 23경기에서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그러나 윤영철이 꾸준하게 뒤를 쫓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을 앞둔 문동주는 이미 올 시즌 등판을 마쳤다. 하지만 윤영철은 꾸준히 투구수 관리를 했고, 끝까지 완주할 계획이다. 윤영철은 "욕심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10승 이상을 거둔다면 순수 신인인 윤영철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윤영철이 욕심내는 건 딱 하나,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윤영철은 "가을 야구가 아직까지 결정된 게 아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니까 집중해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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