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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중국의 핵심 광물 무기화와 디커플링

중앙일보

입력

중국은 지난 8월 1일부터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중요 산업에서 필수적인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들 광물의 수출은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며, 수출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한 보고 의무를 진다. 중국 정부는 해당 통제 조치가 중국의 국가 안보에 이익이 될 것임을 언급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가짐을 은연중에 시사하기도 했다. 두 핵심 광물은 중국이 세계 시장의 약 80%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중국도 미국의 봉쇄 정책에 대한 반격 수단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과시한 셈이다.

중국은 지난 8월 1일부터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중요 산업에서 필수적인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지난 8월 1일부터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중요 산업에서 필수적인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수출통제 시행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8월 18일 한‧미‧일 정상들의 캠프데이비드 공동성명에 공급망 조기 경보시스템 협력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핵심 광물을 둘러싼 공방이 이제 공공연하게 글로벌 경제‧안보협력의 주요 의제가 된 것이다. 공동성명은 ‘잠재적인 국제 공급망 교란에 대한 정책 공조를 제고하며 경제적 강압에 맞서고 이를 극복하는데 더 잘 대비해 나가기 위해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 시범사업을 출범하고자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명문화하였다.

이러한 사태 진전은 두 가지 심각한 질문을 제기한다. 중국의 핵심 광물 무기화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서방 진영이 현실적으로 광물 무기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핵심 광물 독과점  

세계는 이미 핵심 광물 확보 전쟁에 돌입해 있다. 탄소 중립이나 첨단 미래산업의 성장은 핵심광물 수요를 2050년까지 현재의 약 6배 수준까지 끌어올릴 전망이지만 핵심 광물의 매장 및 생산은 특정 지역, 국가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사례는 글로벌 핵심광물 확보 경쟁의 좋은 예이다. 뉴칼레도니아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의 세계 4위 생산국이다. 테슬라는 뉴칼레도니아 자치정부와 니켈 공급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중국은 뉴칼레도니아에 눈독을 들이며 분리 독립 그룹을 지원했다. 그러나 3차에 걸친 주민투표 결과,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령으로 남는 것을 택했다. 프랑스령 잔류 결정은 중국이 뉴칼레도니아에 대해 잠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동시에 일론 머스크에게는 큰 안도감을 선사했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코발트, 흑연, 리튬, 니켈과 같이 방위산업, 정보통신, 배터리, 청정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중국이 특히 핵심 광물의 제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생산에서 중국은 리튬 58%, 니켈 35%, 코발트 65%, 흑연 70%, 희토류 85%라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채굴, 정제 과정에서 환경 오염 규제로 투자에 주저하는 동안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중국개발은행, 수출입은행을 통한 연 90억 달러 내외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로 전 세계 핵심 광물 개발을 주도해왔다. 핵심 광물이 군사 무기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도 중요한데 갈륨과 게르마늄의 경우 레이저, 레이다, 정찰위성 등에 꼭 필요한 광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핵심 광물 생산에서의 우위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서, 상대방에 대한 지정학적 우위로 연결될 수 있다.

중국이 핵심 광물 생산에서 거둔 성과는 장기간에 걸친 전략 추구의 결과로, 목표를 정하면 모든 조직과 자원을 동원하여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중국의 강점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일한 권력 실체로서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도 있지만, 중국 공산당은 자국의 영향력 확대나 안보를 위해 사고와 행동이 일관된 조직으로서 대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유리한 위치를 점유한 중국의 영향력에서 서방 세계가 완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핵심 광물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으며, 따라서 선점자가 유리하다. 결국 중국은 유의미한 레버리지를 보유한 셈이며, 니켈과 팔라듐의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적인 정치안보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 그룹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까지 핵심광물 자원 무기화에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이 핵심광물 분야 지배력 유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호주 등 자원 부국 핵심광물 기업들에 대한 온라인 허위정보 프로파간다 공작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2년 상반기에 ‘드래곤브릿지(DRAGONBRIDGE)’로 알려진 중국의 허위계정 네트워크가 호주의 리나스(Lynas), 캐나다의 아피아(Appia), 미국의 USA 희토류 등 희토류 채굴업체가 과거 환경오염에 관련해 좋지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공장 설립 반대 집회를 촉구한 사태는 핵심 광물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 심화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자원 무기화에 한계가 있음도 분명하다. 중국이 모든 핵심 광물을 장악한 것도 아니며, 장기적으로 자원을 보유한 제3국들이 자기 이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현재의 우위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수출 통제와 같은 자원 무기화, 즉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는 쓰면 쓸수록 상대방에 대한 효과는 반감된다. 무엇보다도, 서방 진영은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며 장기적으로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대체 국가, 지역, 기업을 확보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쌍방은 손해를 보고 대신 제3자, 자원 부국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원 무기화가 중국의 경제, 생산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자원 무기화라는 카드가 주로 상대방에 대한 굴복보다는 상대방의 봉쇄정책이 더 강경해지지 않도록 억제(deter)하는 데 주로 유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불완전한 디커플링

미국의 주도로 우리나라와 일본, EU,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이 참여한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 MSP)’은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는 다자간 협력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핵심 광물 독과점 대응에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는 호주이다. 호주는 희토류, 리튬, 지르코니움 자원 부국임과 동시에 다양한 광물에 대한 추출, 정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칠레와 같은 자원 부국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 할 것이다.

중국의 해외자원 개발도 향후에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의 리튬 국유재산화 법안 공포나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의 리튬 카르텔 형성 움직임 등 남미국가들의 자원 민족주의, 그리고 아프리카 자원 부국들의 정치 불안정이 중국의 해외 투자 리스크를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양 진영은 완전한 결별이 서로에게 너무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기에 적절하게 관계를 관리할 것이다. 즉 첨단산업 및 핵심 광물 분야에서 완전한 디커플링은 환상이며, 양측은 대량보복보다는 장기적으로 관리‧계산된 앙갚음을 주고받으면서(tit-for-tat) 서로 간의 의존도를 낮추는 새로운 균형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즉, 양 진영은 상대방의 레버리지 행사를 억제할 수단을 서로가 보유한 상태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지정학적 경쟁의 장기적 페이스에 따라 레버리지 행사의 강도를 조절할 것이다. 세계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디커플링 공급망 환경에서 서방과 중국(및 러시아)이 서로 마지못해 공생하는 질서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 첨단 기술 봉쇄는 비록 일정 수준 억제되더라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로섬 게임의 승패는 궁극적으로는 양 진영의 혁신 능력, 장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될 것이다.

우리의 장기 전략 : 다자간 협력과 쌍무 협력의 병행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전략은 다자간 협력과 자원 부국들과의 쌍무 협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 등 10대 핵심 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현재의 80% 수준에서 2030년까지 50%대로 완화하고 재자원화도 2% 수준에서 2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2023. 2)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다자간 협력과 특정 자원 부국과의 쌍무 협력이 없이는 이러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가 다자간 협력체인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 가입은 물론이고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EU 등과 개별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특정국과 먼저 대립을 추구할 필요는 없으며 평화적 환경에서의 실익을 추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안보‘의 보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적 의존 및 직접적 안보 위협의 덫에 빠질 염려가 있는 것이다. 핵심 광물에서 상대방의 레버리지를 약화하는 장기 대응책 추진은 특정 정파적 입장이나 상대방의 의도와는 무관하다. 우리가 어떤 의도, 선의를 가지고 있느냐와는 무관하게, 상대방의 의도나 행위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우리의 억제 능력 간의 상대적 힘에 의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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