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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베네치아 입장료 생긴다…당일치기 7000원, 투숙객은 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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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네치아.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네치아. AFP=연합뉴스

내년부터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당일치기 관광객은 입장료로 5유로(약 7000원)를 내야 한다.

베네치아 시의회는 12일(현지시간) 입장료 징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현지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입장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시의회는 내년 봄과 여름의 주요 공휴일을 전후해 시범적으로 입장료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광객들이 한산한 평일에 방문하도록 유도해 관광객 분산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입장료 부과 조치는 관광객 과밀 현상만 초래할 뿐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당일치기 관광객을 대상으로 했다. 베네치아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은 별도의 QR 코드를 받아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 주민과 14세 미만 방문객도 무료다. 학업이나 업무상 이유로 방문하는 경우도 입장료가 면제된다.

베네치아시 경찰과 공인 검사원은 무작위로 사람들을 검사해 해당 QR 코드가 없을 경우 50유로(약 7만원)에서 300유로(약 42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베네치아 거주자는 QR 코드가 필요하지 않고 거주증만 있으면 된다.

시모네 벤투리니 베네치아 시의원은 "베네치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안사 통신은 이날 시의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는 동안 약 200명의 시민이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입장료는 우리를 구할 수 없다. 우리는 집과 일자리, 낮은 임대료를 원한다"고 외쳤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는 베네치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이후 이른바 '보복 관광'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베네치아를 방문한 관광객은 500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집값과 생활 물가가 치솟으면서 원주민들은 점차 베네치아를 떠나고 있다.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13만명 이상이었으나 지난해 8월에는 5만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도시가 '관광 세트장'처럼 변해가자 베네치아 당국은 결국 칼을 빼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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