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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캐럿 다이아가 500만원…"명품 싸게 산다" 수천명 몰린 이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 귀금속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 귀금속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가방 안 좀 보여주세요. 이거 진품 맞는 거죠?”
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1전시관 3층 그랜드 볼룸홀. 곳곳에 길게 진열된 물품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루이뷔통·샤넬·구찌·프라다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품 가방부터 롤렉스 등 명품 시계, 순금 바 등 귀중품이 가득했다. 몰려든 관람객들은 연신 앞에 선 안내 담당 공무원을 부르며 물품의 상태를 확인했다. 명품관 직원처럼 흰 장갑을 낀 공무원이 가방 등을 들어 보여주자 사람들은 앞·뒷면부터 속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딸과 함께 구경을 왔다는 김대현(55·고양시)씨는 “생각보다 괜찮은 가방들이 많아서 가방만 10개를 입찰 신청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체납자 압류 물품 공개에 2500명 몰려 

경기도가 이날 진행한 압류 물품 공개 매각 행사가 대박이 났다. 2500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공개된 매각 대상 물품들은 1000만원 이상 지방세를 체납한 고액 체납자들에게 압류한 중고물품들이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체납자의 압류 동산을 공개 매각하고 있는데 올해는 전북·경북·제주의 압류 물품 38점도 같이 선보였다. 명품 가방 158점, 명품 시계 25점, 다이아몬드 반지 등 귀금속 448점 등 총 772점이 공개됐다.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명품 가방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명품 가방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판매 방식은 경매다. 마음에 드는 물품의 번호를 기억해뒀다가 스마트폰이나 현장에 있는 노트북으로 경기도 입찰 사이트에 접속한 뒤 상품 번호와 구매 희망 가격을 적어서 낸다. 물건별로 최저입찰가(감정가) 이상의 가장 높은 금액을 쓴 사람에게 낙찰된다. 계산은 현금 또는 계좌 이체로만 가능하다. 공개된 물품들은 전문 감정기관을 통해 ‘정품’으로 인정받은 것들이다. 낙찰받은 물품이 가짜일 경우 납부한 금액을 환불해주거나 감정가액만큼 보상해 주는 낙찰자 보호 장치도 마련돼 있다.

1.3캐럿 다이아 반지가 감정가 500만원부터 입찰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상품은 감정가 500만원의 다이아몬드 반지(1.3캐럿)다. 고양시에서 1800만원의 지방세를 내지 못한 체납자에게 압류한 것이다. 시가로는 1500만원 상당이라고 한다. 매장에서 1400만원에 판매되는 IWC 시계가 감정가 270만원에 나왔고,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도 상태에 따라 10만원에서 최고 170만원의 감정가가 책정됐다. 200만 원대의 고가 자전거와 중견 작가의 미술품, 바이올린, 고서(불경) 등도 상품으로 나왔다. 안내 책자엔 있지만 ‘공매 취소’로 표기돼 없는 물품도 20여개 정도 보였다. “원래 주인이 밀린 지방세를 내고 찾아간 물건”이라고 한다.

1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 체납자 압류동산 공매에서 최고 감정가격(500만원)으로 나온 1.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최모란 기자

1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 체납자 압류동산 공매에서 최고 감정가격(500만원)으로 나온 1.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최모란 기자

 관람객들은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전남 여수에서 왔다는 최광호(68)씨는 “지인이 ‘명품 가방을 싸게 살 수 있다’고 해 함께 왔다”며 “가방 2개 입찰에 참여했는데 낙찰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반지와 팔찌 등 귀금속을 모아 놓은 곳도 긴 줄이 이어졌다. 김모(44·서울)씨는 “요즘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재테크를 겸해 순금 위주로 보고 있다”며 “가방 등 다른 물품에 비해 순금은 가격이 많이 싸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금이나 상품권 등 현금성 가치가 있는 물품은 실제 가격의 10% 정도 저렴하게 감정가를 책정했다”며 “관람객 대부분이 일반 시민이지만 싼 가격 때문인지 귀금속 재가공업자나 물품을 되파는 중고물품 판매자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 귀금속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수동산 공개 매각을 찾은 시민들이 공매로 나온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명품가방과 시계 , 귀금속 등 770여점을 공개매각한다. 뉴스1

 입찰 마감 시간인 오후 1시가 다가오자 입찰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의 눈치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1~2만원 정도 더 써내야 하는 거 아니냐” “너무 비싼 가격을 쓴 것 아니냐”는 둥 작은 실랑이도 이어졌다. 한쪽 구석에서 몰래 금액을 책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천에서 남편과 왔다는 이모(46)씨는 “감정가보다 10만원 더 썼는데 낙찰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도 7년간 체납자 압류 공매로 23억9000만원 징수

오후 3시 낙찰자가 결정됐다. 공개된 772점의 총 감정가격은 3억400만원. 이 중 749점이 4억59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500만원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1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날 판매되지 않은 물품은 내년 경기도 압류 물품 공매나 각 기초단체 공매 행사 등에서 판매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고액·고질 체납자에게 가택수색, 공매 등 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강제 수단을 동원해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2018~2022년 체납자 압류 동산 경매로 징수한 세금은 모두 23억9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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