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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나흘 지나, 구조대 진앙 마을 접근…사망 크게 늘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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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모로코를 덮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1960년 1만2000명이 숨진 모로코 아가디르 대지진 이후 60여년 만에 겪은 최악의 지진 피해다. 매몰자 구조와 생존자 구호를 위해 해외 긴급구조팀이 속속 합류하고 있지만, 골든타임(지진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서 모로코 당국의 대응은 구조에서 복구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모로코 구조대가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진앙에 가까운 이주카크·이길·아그바르·두아르트니르 등 ‘하이 아틀라스’ 산맥 산간 마을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해외 구조팀 가운데 가장 먼저 도착한 스페인 긴급 구조대는 탈랏 니야쿠브와 아미즈미즈 마을 등에 투입돼 모로코 구조대와 합류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지진 사망자 2862명, 부상자 2562명으로 집계했다. 가디언은 구조대가 뒤늦게 가장 큰 피해 지역인 산간 마을에 진입하면서 사망자 수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모로코 구조대는 낙석과 붕괴된 건물 잔해 등으로 가로막힌 산길을 불도저로 뚫으며 산간 마을에 들어섰다. 두아르 트니르 마을에 모로코·스페인 구조대가 도착하자 일부 주민들은 “왜 이제야 왔냐”며 원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알버트 바스케스 스페인 구조팀 관계자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 시간이 부족하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스페인 구조대는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장에서 지진 발생 7일 만에 생존자를 구조한 적 있다.

뒤늦게 산간 마을에 들어간 모로코 구조대는 생존자 찾기보다 이재민 돌봄과 시설 복구 등에 치중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수색견과 장비를 동원해 매몰자를 찾기에 앞서 야전 병원과 이재민 쉼터를 제공하고 시신을 수습하고 산사태로 막힌 길을 정비하는 데 우선하고 있다. 탈랏 니야쿠브에 들어선 한 모로코 구조대는 WP에 “더는 생존자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은 없다”면서 “현재 임무는 구조가 아닌 복구”라고 전했다.

모로코 경제학자 푸아드 압델모움니는 “구조가 너무 늦게 시작됐다”면서 “아직 상태가 양호해 접근 가능한 지역조차 구조대가 진입하지 않아 희생자들이 48시간 이상 방치됐다”고 NYT에 말했다. 시민 모하메드 벨카이드(65)는 “재난 극복에 모두 동원돼야 하지만 지금 정부만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아지즈 아크하누크 모로코 총리는 11일에야 지진 이후 첫 성명을 발표하며 “구조와 구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와 무함마드 6세 국왕 모두 아직 대국민 연설을 하지 않아 당국이 지진 피해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무함마드 6세가 지진 발생 당일 프랑스 파리 사저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무함마드 6세는 지난 2020년 칼리드 빈 술탄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에게 최소 8000만 유로(약 1142억원)를 주고 산 파리의 저택에 머물다 지진 발생 12시간 후 귀국해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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