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야 수영장이야? KPGA 열리는 이 골프장은 '회장님 작품'

하늘에서 내려다본 코스모스 링스. 사진 코스모스 링스

하늘 높은 곳에서 찍은 이 사진을 보면 활주로 혹은 수영장으로 보일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보면 폭격 맞은 잔디 활주로 같다.

"그린과 벙커 등 규격화 골프장, 가변식 골프코스"

전남 영암군의 사우스링스 영암CC 코스모스 링스다.

긴 녹색의 직사각형을 활주로라 생각한다면 각 활주로는 길이 1850m이고 폭은 100m다. 활주로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4개 홀씩 있다. 활주로 끝에서 옆 활주로로 치는데 한 홀이고, 다시 돌아오는데 4홀이다. 즉 활주로 2개가 9홀, 4개가 18홀이다.

백티 기준으로 6772미터다. 네모반듯한 직사각형으로 잔디를 심는 관리면적은 약 21만평이다. 관리면적만 치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코스일 것이다.

코스는 단조롭다. 똑바로, 일직선으로 간다. 간척지라 오르막 내리막은 물론 둔덕이나 개천도 하나도 없다. 나무도 없어 에이밍이 쉽지 않다. 홀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두 세 홀 지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분화구 같은 벙커가 늘어선 일직선 페어웨이. 그린은 지름 35m의 원형으로 규격화됐다. 사진 코스모스 링스

그린도 지름 35m의 원형으로 규격화됐다. 18홀 모두 비슷하다. 독특한 건 모든 그린이 가운데 부분이 솟아 있다는 거다. 이 경사와 그린스피드, 홀 위치를 이용해 그린 난도를 조정할 수 있다. 그린은 페어웨이보다 1∼1.5m 높은 포대그린이다.

문제는 벙커다. 총 365개의 벙커가 있다. 홀 평균 20개가 약간 넘는다. 벙커도 규격화됐다. 원형인데 벙커 턱이 위로 솟아있다. 분화구 혹은 포탄이 떨어져 생긴 구덩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페어웨이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렸다. 벙커는 깊고, 폭이 2m도 되지 않아 들어가면 무조건 한 타를 손해 본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벙커턱이 높아 볼이 굴러서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벙커가 너무 많다는 평가다. 화이트티 기준 벙커 지뢰밭은 약 200m 지점에서 시작된다. 페어웨이 가운데로 똑바로 치면 220m까지 쳐도 상관없지만 벙커에 빠지면 징벌이 너무 커 드라이버를 막 휘두르기가 어렵다. 벙커 지뢰밭을 피해 짧게 치면 두 번째 샷이 매우 길어진다. 두 번째 샷을 실수하면 지뢰밭에 빠질 수 있고 그린 주위에도 벙커가 있어 쉽지 않다.

코스모스 링스에는 365개의 벙커가 있다.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가면 최소 1타 손해를 본다. 사진 코스모스 링스

골프를 자연과의 대화라고 하는데 이 골프장은 지극히 인공적인 골프장이다. 이 곳에서 규격화되지 않은 건 바람 뿐인 것 같다. 골프장 측은 “조립식, 가변형 골프장”이라고 했다.

규격화를 이뤄 복제 가능한 골프장을 만들었으며 반대로 페어웨이를 어떻게 깎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골프장이 된다는 것이다. 코스가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페어웨이를 바꿔 방문할 때마다 다른 코스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이다.

또한 너무 많은 조경을 하지 않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코스를 조성해 골프 대중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골프장 설계는 전문 설계가가 아니라 사우스링스 영암 양덕준 회장이 했다.

이 곳에서 14일부터 KPGA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이 열린다. 아직 개장 전인 데다가 지난 여름 악천후로 코스 상태는 좋지 않다. 페어웨이 상태가 좋지 않아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할 예정이며 경기위원회는 대회기간 중 벙커를 웨이스트벙커로 지정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