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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안지 파쇄' 산인공, 3년새 최소 7차례 누락…"예견된 사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지난 5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지난 5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3년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최소 7차례의 답안지 누락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600여명의 답안지를 파쇄해버린 사건은 사실상 ‘예견된 사고’였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의 ‘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는 5월 22일부터 7월 19일까지 2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앞서 공단은 지난 5월 정기 기사·산업기사 실기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609명의 답안지를 채점도 하기 전에 실수로 파쇄했다. 이후 4건의 파쇄가 추가로 확인돼 총 613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수험생들을 재시험을 치러야 했다. 당시 어수봉 이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감사 결과, 고용부는 22명에 대해 징계 및 경고·주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책임이 큰 직원 3명에 대해선 중징계를 내렸다. 김영헌 감사관은 “시험장·서울서부지사·채점센터 등 단계별 과정에서 답안 수량 확인 및 인수인계서 서명 미실시, 시험관리위원 위촉 부적정 등이 나타났다”며 “파쇄 전에도 보존기록물 포함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파쇄 과정에도 점검직원이 상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고용부는 공단에서 2020년 이후 최소 7차례의 답안 인수인계 누락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채점센터에서 답안지가 누락된 사실을 확인한 이후 소속기관에 연락해 답안지를 확보한 덕분에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누락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은 없었다는 것이 고용부 판단이다. 그 안일함이 답안지 파쇄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아울러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한 운영실태도 점검한 결과, ▶출제분야 ▶시행분야 ▶채점분야 ▶환류체계 분야 ▶조직·운영체계 분야 등 전 분야에서 미흡한 점이 나타났다. 특히 시험 출제장 보안과 채점센터 답안지·수험자 현황 관리가 모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량 대비 인력 충원율이 저조하고, 인력·예산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언제든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파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험생 147명은 공단을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 총 7억3500만원 상당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한 상황이다. 앞서 공단은 피해 수험생들의 재시험 비용을 지원하고 1인당 10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했지만, 다시 시간을 들여 시험을 치러야 하는 피해 수험생들 사이에선 충분하지 않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공단이 주관하고 있는 국가자격시험은 연평균 약 450만명의 국민들이 응시하는 대규모 시험인 만큼 시험에 대한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근 연이은 사고로 인해 떨어진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공단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고용부 특정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조치하겠다”며 “자체 국가자격운영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9월 말까지 더욱 정밀하고 촘촘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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