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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판 ‘D티켓’…지하철·버스·따릉이·리버버스 무제한 이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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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가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 도입 계획을 내놨다. 지하철은 물론 마을버스·자전거까지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인접한 경기도·인천시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K패스 사업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서울시는 11일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운영하고 보완을 거쳐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기후교통카드는 일정 금액만 내면 서울 대중교통과 공공자전거(따릉이), 한강 수상 교통수단(리버버스)을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정기권이다. 이 카드 가격은 월 6만5000원이다.

이 카드는 서울 지하철(1~9호선)·경의중앙선·분당선·경춘선·우이신설선·신림선과 서울 시내버스·마을버스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사용할 수 없다. 또 서울에서 경기·인천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이용할 수 없고, 경기·인천 등 서울 이외 지역 시내·마을버스로 갈아탈 수 없다. 서울 시외 구간까지 운행하는 전철 노선의 경우 서울에서 승차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 하차해도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시 바깥 지역에서 승차한 경우엔 사용할 수 없다.

서울시가 이런 카드 도입을 결정한 건 대중교통 수단 분담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2021년 대중교통 수단 분담률은 52.9%였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기후동행카드는 독일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을 벤치마킹했다. D티켓은 49유로(7만원)를 지불하면 한 달 동안 지역 철도·지하철·버스·트램 등 전국 모든 근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5월 도입 이후 3개월 만에 1100만 장이 팔렸다. 이 밖에도 프랑스 파리가 월 72.9유로(10만4000원) 정기권, 오스트리아 정부가 연 1095유로(156만5000원) 기후티켓 등을 도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D티켓 이용자를 분석했더니, 약 100만 명이 종전 승용차 이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하면 승용차 이용 대수가 연간 1만3000대 정도 줄어 온실가스를 3만2000t 감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자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노원구에서 강남구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승용차 이용자가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면 월 9만5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자가 출퇴근·통학용으로 사용하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주 5일 2회 기본운임(10㎞ 이내) 구간에서 통근·통학할 경우 월 교통비(지하철 5만원~시내버스 6만원)가 기후동행카드보다 5000~1만5000원 저렴하다.

기후동행카드 도입에 따른 예산도 부담이다. 서울시가 2024년 1월부터 5개월간 투입할 예상 재원은 750억원이다. 서울시는 이 금액을 지자체가 절반, 운송기관이 절반 부담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K패스 사업과 충돌한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대중교통 요금 가운데 20~53%를 할인하는 K패스 사업을 2024년 7월 도입할 예정이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연계도 필요하다. 오 시장은 “인천시·경기도가 흔쾌히 동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실무자 수준에서 논의해 보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광역버스는 (재정 부담이 커서) 연계가 어려울 수 있지만, 시내버스·지하철은 다른 지자체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시의 일방적 추진과 발표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서울·경기·인천 등 3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수도권 교통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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